탄자니아 두 번째 여행!_이링가 2탄!
여행을 다녀오면 꼭 남는 것이 있다. 사진 몇 장, 냉장고에 붙어 있는 마그넷 하나,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슬그머니 떠오르는 어떤 장면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행의 목적지는 다를지라도, 낯선 길에서 문득 예전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비슷하지 않을까. "아, 나도 저런 여행을 했었지."하고 각자의 추억을 조용히 꺼내 보게 만드는 힘. 여행은 늘 그렇게, 다녀온 뒤에야 비로소 시작되는 것 같다.
지난 이야기에서는 탄자니아 이링가의, 그야말로 '여행' 그 자체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여행 어플이나 가이드 책에 중요하게 표시되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냥 지나치기에는 마음이 쓰였던 곳들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을 가게 되면, 나는 나도 모르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먼저 보고 있다. - 아마도 사회복지사의 피가 몸속 깊이 흐르고 있어서이지 않을까. - 코이카의 과학 교육 지원을 받는 학교, 장애인과 미혼모 등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들. 여행자라면 일정에서 빼도 전혀 문제없을 장소들이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가장 궁금한 곳들이었다. 이곳을 직접 보고 지나치지 않으면, 이 여행은 끝내 나의 것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인 네마 크래프트(Neema Craft)는 그런 공간 중 하나였다. 이링가를 출발하기 전부터 익히 들어오고 유명했던 곳이라서 꼭 방문을 하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그 이유가 발달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위한 숙소였기 때문이다. 1층에서는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건들 사이를 천천히 둘러보며, '머무는 곳'과 '일하는 곳', '소비하는 공간'과 '삶의 터전'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는 점을 느꼈다.
'나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삶으로 여겨지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느낄 만큼 숙소 그 자체가 인상 깊은 하나의 메시지가 되었다.
이후 방문한 마투마이니(Matumaini) 협동조합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혼모 여성들로 이루어진 이곳에서는 동아프리카 전통 천인 키텡게(Kitenge)를 활용해 가방과 옷,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협동조합은 미혼모 가정의 가계 소득은 물론, 어린아이들이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데이케어센터까지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가게 직원과 나눈 대화는, 여행자라면 쉽게 알기 어려운 탄자니아 사회의 단면을 조용히 드러냈다. 여전히 낮은 여성과 장애인의 권리,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복지의 사각지대들. 그리고 그 사각지대를 벗어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들. 이번 여행에서 나한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배움의 순간이었던 것 같았다.
국제개발을 위해 이곳에 왔지만, 그 사실을 떠나 여행이라는 이름으로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갈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여행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와 피부색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고 또 다른 점을 존중하면서 책으로 수백 번 읽어도 익히기 어려운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참 감사했다.
이번에 소개한 이링가의 이야기는 화려한 풍경 대신 사람의 얼굴을 담고 있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동안, 여러분도 각자의 여행 속에서 스쳐 지나쳤던 한 사람, 한 공간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행은 그렇게, 나의 기억을 통해 누군가의 추억과 조용히 연결되는 것 같다.
지금 메고 있는 이 가방을 마투마이니에서 구매를 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출퇴근용으로 정말 잘 사용했는데, 이 가방을 눈여겨보던 직원이 있었다. 마지막 출근 날, 이 가방을 계속 탐내던 동료에게 남기고 왔다. 이 가방을 볼 때마다 나를 떠올리면 좋겠다는, 아주 소박한 바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