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베스트 프렌드 Sele~!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그나마 친하게 지낸 친구나 동료가 있었다. 그러나 졸업이나 퇴사를 하면 그냥 우연히 모임이 있을 때나 만나서 수다 떠는 정도가 끝인 것 같다. 나는 딱 그 정도의 인연과 거리감을 좋아한다. 괜히 친하다고 매일 연락하고,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고 그런 거 보다 우연히 생각나면 잘 지내는지 물어보고, 또 일상을 살다가 생각이 나면 연락하고 그렇게 지내는 게 편하다. 딱 그 정도 거리만 유지가 된다면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탄자니아에서 아직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연락하고 있는 친구가 몇몇 있다. 공항이나 멀리 가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잘 애용하던 택시 기사님, 그리고 오늘 글에서 소개할 직원 Selemani이다.
그와 언제부터 왜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제일 편하고, 제일 재밌었다. 그리고 그의 스파르타식 적응 훈련 덕분에 탄자니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출근 루틴이 생겼는데, 사무장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 그와 같이 사무실 뒤에 있는 작은 식당에 가서 아침 식사로 미호고(카사바), 차파티, 차이(차)를 사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콜라랑 물 한 병을 사 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퇴근할 때는 보통 바자지를 타고 다녔는데, 그가 현지인들의 대중교통인 미니버스 Daladala(버스)를 타고 다니는 법을 알려줬고, 종종 같이 퇴근하면 그가 아는 현지인 맛집에서 한 잔씩 하곤 했다.
그와 나 모두 맥주를 좋아하고, 축구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하며, 맨유의 팬이었다. 매일 붙어 있고, 통하는 게 많다 보니 저절로 친해졌던 것 같다.
이 날은 그와 같이 후원 아동 연례 보고서 자료 수집을 위해 출장을 가는 날이었다. 이 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지역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지역에 있어서 같이 출장을 갈 일이 없었는데, 이 날은 담당 직원 사정으로 대신 그가 간 것으로 기억한다.
출장지에 가는 동안 탄자니아 노래를 들으며 갔었는데, 내가 노래를 들리는 대로만 따라 부르니 그게 재밌었는지 그날부터 나를 Kababaye라고 불렀다.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가 누구냐고 묻자 그냥 유명한 사람이라고만 했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뜻인지 모르겠지만 Kababaye 발음이 멋져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Selemani가 찍어 준 인생샷.
우리 부서 모든 직원과 함께 출장을 간 날인데, 부서장 Prisca가 지역 개발 위원회 선생님들과 회의하는 동안 농땡이를 피우며 찍은 사진이다.
웃음 포인트와 장난치는 수준이 맞아 출장지에 나오면 해방감이 장난 아니었다. 물론 일할 때는 펑크안나게 진지모드로 잘 수행했다.
이 글 전체 주제와 별개로 이렇게 출장을 나오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지부장님, 사무장님과 같이 한국인 상사 없이 현지 직원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마음이 제일 편했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이렇게 출장을 나오면 현지인 문화를 더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곳을 자주 데려가 준다. 이게 정말 출장의 별미이지 않은가.
처음으로 그와 간 현지 맛집은 Kitimoto(돼지고기)를 파는 현지인 사이에는 유명한 식당이었다. 재밌었던 건 식당에서 식당 손님들과 같이 춤을 추고, 맥주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겼는데, 이 덕분에 탄자니아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졌다.
*이슬람교인 대부분인 탄자니아에서는 돼지고기를 파는 곳이 적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Kitimoto는 Kiti(의자)+Moto(뜨겁다)의 합성어인데, '본인이 앉아있는 의자가 뜨거워지는지도 모른 채 몰래 맛있게 먹은 음식이 돼지고기다.' 하여 그렇게 이름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믿거나 말거나..
한국을 떠나 탄자니아라는 낯선 땅에서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 친구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고, 감사한 사람이었다. 다들 이런 친구가 있다면 생각난 김에 잘 지내는지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