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의 크리스마스 Let's go!
종종 중요한 시험을 보는 꿈을 꾼다. 그것도 아무 공부를 하지 않은 채 갑자기 시험을 봐야 하는 꿈.
근데 꼭 그런 꿈은 항상 보면 내가 공부하기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당일이 된 걸로 세팅이 되어 있다. 그럼 나는 '왜 벌써 시험 날이야? 나는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라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벼락치기라도 하려고 내 앞에 있는 책을 편다. 그러나 매번 그 책은 시험 범위가 아니거나 내가 모르는 언어로 적혀 있다.
참 당황스럽지 않은가. 근데 2025년 크리스마스가 딱 이런 느낌이다. 그냥 정신 차려보니 크리스마스다. 아무 계획도 준비한 게 없고, 설렘도 미리 느껴보지 못한 채 크리스마스 당일이 찾아왔다.
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크리스마스는 항상 설렘으로 미리 준비하고, 신나게 놀 줄 알았는데...
12월 탄자니아는 한국과 달리 계절이 여름이다. 매일 덥지만 이 시즌에는 더 덥다. 대신 나무 색은 더 쨍쨍하고, 구름도 하얗고 크니 풍경이 아주 예쁘다. 주말에 지브리 음악과 함께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창 밖을 바라보면 괜히 감성이 올라와서 하지도 않는 인스타 피드를 올려야 하나 싶었다.
괜히 그런 날 있지 않은가.
날도 좋지, 또 하늘도 예쁘고, 마침 연말에 크리스마스 연휴여서 길게 회사도 가지 않으니 친구들이랑 뭔가 신나게 놀고 싶은 날!
그래서 다르에스살람에 사는 동기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우리 집에서 작게 포트럭 파티 하자고.
나는 장소와 피자를 준비했고, 동갑 친구 A는 집에서 어니언링과 닭튀김을 직접 해가지고 왔고, 동갑 친구 B는 는 망고를 준비했고, 형님 C는 한국식 치킨을 미리 예약해서 픽업해 오셨다. 소소하지만 같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수다도 떨고, 게임도 같이 하니 이때만큼은 가장 짜릿하고 즐거웠던 하루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탄자니아에 가지 않았더라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 서로 의지하고, 같이 놀러도 가고, 가족처럼 지냈던 게 참 행복했기에 어떤 것을 하더라도 다 짜릿하고 즐겁고 또 행복했던 것 같다.
연말에 휴가를 길게 써서 확실하지 않은데, 크리스마스이브와 당일 그리고 그다음 날까지 연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는 매번 '나에게 주는 선물'을 한다. 이 때도 어김없이 나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 지금 보면 왜 샀지 싶은데, 이때만큼은 아이처럼 방방 좋아하며 샀었다. 참 순수했던 건지 아니면 모자랐던 건지...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탄자니아에 있었을 때보다 애니메이션 영화도 보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로 준 에그몽 초콜릿을 먹으며 그 안에 들어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춥지만 따뜻했던 어렸을 적이 더 그리운 것 같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그래도 추억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