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7일 여섯 번째 날
여섯 번째 수업. 오늘의 주제는 시장 풍경이다.
할머니들의 시장 풍경.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강의실을 들어섰다.
나는 매주 강의 시작 전 어르신들께 자료를 보여드린다.
자료를 보여드리는 이유는 주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자료를 미리 보여드리면 어르신들의 불안과 불만이 조금 줄어드는 기분이다.
시장 풍경.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12번의 수업 중 이번 주제가 어르신들껜 가장 자신 있는 주제가 아니었을까?
내가 준비한 자료 안에는 세계의 다른 시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 여러 사람이 그린 시장 풍경 등 이 있었다. 어르신들께 자료를 보여드리는 것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자료만 보여드리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어르신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료와 비슷하게 그리시기 때문이다.
다들 열심히 시장 풍경을 그리며 즐거워하셨다. 그때 어디선가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노영자 어르신이었다. 노영자 어르신은 매 시간마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시작하시지만 누구보다 개성있는 그림을 그리신다. (시장 풍경 완성작 맨 마지막 작품 참고)
자주 가는 시장은 있지만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해맑은 미소로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연필은 도화지에서 저 멀리 놓아진 채로. 나는 어르신에게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라는 말 밖엔 해드릴 수 없다고 말한 뒤 해맑은 미소를 뒤로 한 채 다른 곳으로 갔다.
시장 풍경의 시작은 즐거웠지만, 남들과는 다른 시장 풍경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신 건지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기 시작하셨다. 아직 몇 번의 수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짧은 시간에 그림에 대한 욕심이 늘어나신 걸까?
매 시간에 조금씩 늦게 오시는 어르신이 있다.
늦어도 완성만은 꼭 하고 가길 원하신다.(전 시간에 완성을 못하면 다음 시간에 완성하신다.)
오자마자 헐레벌떡 짐을 풀고 스케치를 후다닥 마무리한다. 스케치를 진한 선으로 한 번 그려준 뒤 지우개로 슥슥 지운다. 그리고는 물감으로 채색을 하신다. 수업 중 20명 남짓한 어르신들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한분 한분 오래 들여다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이 분의 그림은 10분 사이로 엄청난 발전을 해버린다.
2시간의 수업시간 동안 계속 앉아서 그림을 그려야 완성하시는 분, 꼼꼼히 하느라 2시간은 너무나 부족한 분, 어떻게든 완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 스케치 들어가기 까지의 시간이 오래걸리는 분. 그림그리는 한 손에는 제일 세밀한 작업을 위한 붓을, 남은 한 손에는 다음 차례의 붓들을 가득 들고 계시는 분. 다양한 분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2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간다.
<시장 풍경의 완성모습>
<작품들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