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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원데이 Oct 06. 2015

04. 할머니의 디자인 작업실

2015년 4월 23일, 30일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날

<할머니의 디자인 작업실>의 수업은 매주 목요일이다. 수업 전날의 수요일 저녁부터 걱정이 슬슬 밀려오는 나.

수업 걱정 아닌 버스 걱정때문이다. 내가 수업을 하는 곳은 고양시이고, 사는 곳은 의정부시이다. 그 곳은 차로 가면 30분 거리이지만 (나는 차가 없기 때문에) 한 시간 반 이상을 버스를 타고 가서 30분 정도를 더 걸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오후 2시 수업은 맞추려면 아침 10시에는 버스를 타야만 안전하게 도착해서 점심도 먹고 여유롭게 할머니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2시 수업 시작에 맞춰 겨우 겨우 도착한 수업교실.

오늘의 주제는? 나의 살던 집 그리기.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 잊혀져 가는 어린 시절 나의 집을 각자 그려보는 시간이다. 오늘도 역시나 생각했던 것처럼 여기 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불만도 잠시 어르신들은 금방 집중해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하신다.


나는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손이 참 좋다. 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한 손에는 연필을, 한 손에는 종이를 꽉 움켜잡은 그 손이 좋다. 입술은 꽉 앙다문 채로 주제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참 좋다. 그래서 매 시간이 끝나고 카메라를 보면 어르신들의 뒷모습이 가득하다.


수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알게 된 건, 어르신들이 연필이나 붓을 꽉 잡고 그림을 그리시는 이유가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으셔서였다.


"아이고 이 쪼그마한 걸 어떻게 그려"

"일로 좀 와봐! 이것 좀 그려줘~"

"안경 쓰고 올걸 그랬어"


나한테 투정 부리는 말들을 웃으면서 넘어갔었던 게 죄송스러워졌다.



잘 기억이 안나셨을텐데도 열심히 그려주신 어르신들의 고향 집을 소개합니다.

그림 안을 자세히 보면 주소가 나와있어요.

나의 살던 집 - 정기환
나의 살던 집 - 조용서
나의 살던 집 - 송유연
나의 살던 집 - 서란희
나의 살던 집 - 박숙자
나의 살던 집 - 박정순
나의 살던 집 - 강영혜
나의 살던 집 - 함종순
나의 살던 집 - 정복숙
나의 살던 집 - 이부자
나의 살던 집 - 노영자
나의 살던 집 - 성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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