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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원데이 Sep 30. 2015

01. 할머니의 디자인 작업실

2015년 4월 2일 할머니의 디자인 작업실 첫 수업 날.

4월의 두 번째 날.

어르신들과의 그림 그리기 수업

<할머니의 디자인 작업실>이 시작되었다.  

대학생 때 교수님의 추천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그림봉사활동이 졸업하고 작은 공방 사장님이 된 나에게 용돈벌이가 된 것이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 미술을 가르쳐 본 적은 있었지만, 나보다 연세가 한참이나 많으신 어르신들을 가르쳐보는 건 처음이었다. 첫 수업의 이틀 전부터 엄청나게 긴장이 되었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몇 차례나 들었다.


열 두번 수업의 첫 수업 날.

긴장한 나는 수업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어르신 몇 분이 나보다도 먼저 와 계셨고,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어쩔 줄 몰라서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는 나에게 어르신들은 밝은 표정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셨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수업 재료들을 교실로 옮겨두었다.


오후 2시 수업 시작.

첫째 날이면 빠질 수 없는 자기소개 시간. 떨리는 목소리로 나의 소개를 간단히 했다.

주인공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시며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한분 한분 자기소개를 해주셨다.

나의 예상대로 그림을 처음 배워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앞으로의 수업이 걱정되신다며 자기소개 시간이 끝났다.


자기소개가 끝난 후 간단한 테스트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테스트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이용하여 무엇이든 그려내는 것.  모형을 보고 떠오르는 것을 그리면 되는 것이다. 간단한 형태를 만든 예시사진을 보여 드리고 8절 도화지, 연필, 지우개, 색연필, 사인펜 등 쓰기 좋은 재료들을 준비해 드렸다. 예상 밖의 그림들이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꽃이 좋아서 세 가지의 모양을 다 꽃 종류로 만드시는 어르신, 동그란 모양을 자신의 얼굴로 만드는 어르신, 남들과는 다른 모양을 그려내려고 노력하는 어르신 등..

어르신들의 그림은 아이들의 그림과 비슷하다고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2015년 4월 2일 박정순어르신의 ○△□
2015년 4월 2일 송유연어르신의 ○△□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 나도 어르신들도 떨렸던 첫 수업시간이 끝났다.

첫 수업이라 말도 어버버하고, 대처도 제대로 못한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들었다.

교실정리를 하고 있는 나에게 어르신 몇 분이 다가와 앞으로의 시간들이 걱정된다며 불안한 표정을 보이셨다.

나는 걱정하시지 말라며 용기를 드렸다. 아직 찜찜함이 남은 표정으로 어르신들은 돌아가셨고,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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