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ving(더해빙)
다행이다. 감사하다. 이 책의 리뷰를 쓸 수 있어서.
위 문장의 뜻은 뭘까? 내가 이 책을 소개할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해주고픈 얘기다. 이 책에선 ‘현재 내가 누리는 것에 대한 감사’를 강조한다. 이게 곧 Having이다. 이 Having을 ‘돈’에 적용하면 ‘부자’가 된다는 게 주인공의 설명이다.
실로 오랜만에 읽은 책이다. 남들은 코로나19 때문에 강제 집순이가 됐다고들 하지만, 나는 원래 집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이라 평소와 같았다. 인터넷에 이런 유머를 봤다. 집순이도 자발적 집순이일 때에야 좋은 거라나? 근데 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지내고 있어서 좋다. 생활의 불편함을 못 느낀다. 굳이 꼽으라면 영화 개봉이 늦어졌다는 점? 그래도 재상영 영화를 많이 해줘서 썩 나쁘지만은 않다.
거의 4~5일을 집에만 있다가 사람이 제일 없을 시간, 사람이 제일 없는 영화관에 간다. 내가 사는 곳은 광역시임에도 확진자 수가 30명이 되지 않고, 집 근처 영화관은 원래도 사람이 별로 없었기에 가능한 생활 패턴이다. 집도 단독주택이라 이웃을 만날 일도 없고, 집 근처 마트나 편의점도 없기에 그냥 집에 고립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동은 물론 자차. 그래서 영화 보러 갈 때, ‘연예인들이 이런 기분일까?’ 느끼곤 한다.
그래서 원래도 자주 하지 않는 독서,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근데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나니까 확- 읽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도 못 하고... 딱히 돈벌이는 없는데 쓰기만 하니, 돈 걱정이 슬슬 되던 참이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카피를 보고 혹했다. 원랜 이런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는 편이다. 너무 다양한 사람이 각자 상충하는 의견을 내며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자신처럼 하라는 건 아니라지만, 결국 자신은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너희들도 성공하고 싶다면 이렇게 하라는 셈이다. 여기선 이러라 하고, 저기선 저러라 하고. 뭐가 맞는 건지.
이 책을 읽을 때,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두 명의 저자 구분!’ 그렇다. 저자가 두 명이다.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된다. 묻는 쪽은 자신의 경험을 녹아내며 글을 쓰는 ‘저자’에 가깝고, 답하는 쪽은 진정한 주인공이자 Having을 알려주는 ‘화자’에 가깝다. 그래서 밑으로, 이들을 저자와 화자로 부르겠다.
난 저자보단 화자에 집중했다. 저자의 이야기가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이라는 홍 작가(저자)의 경험은 읽을수록 반감을 갖게 했다. 그래서 리뷰 쓰기가 걱정스러웠다. 쿨하게 저자를 걷어내고 화자에 집중하니 비로소 그녀의(화자) 얘기가 들렸다.
화자, 즉 주인공을 ‘구루’가 칭하겠다. 부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이렇게 불렸다 하니. 구루란 단어를 난생처음 들어봤는데, 영어로 ‘정신적 지도자’란 뜻이다.
구루의 할머니는 사주를 보는 분이셨다. 구루는 다른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운명을 지녔고, 일곱 살 무렵부터 할머니께 사주를 배웠다. 구루는 비범했다. 서너 살 무렵, 한글과 기본 연산을 깨우쳤고, 조금 더 자란 뒤에는 성인들이 읽는 고전을 탐독하며 철학적인 문제에 매달렸다고 한다. 구루가 고등학생일 땐, 이미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녀는, ‘부자들의 구루’다.
구루는 어느 날 잠적했고, 저자는 10년 만에 구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내용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구루의 Having은 생각보다 과학적이었다. 사주 자체도 통계와 천문학에 근거한 학문이지만, 그래도 뭐랄까, 신빙성이 적달까? 근데 동서양의 역학 공부는 물론, 약 30년 동안 10만 명의 데이터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Having’이라니! 부자에서 가난한 사람까지 모두 살펴보고, 부자들의 공통점을 찾아낸 거라고 하니까 내 마음속 믿음이 의심을 추월했다.
예전에 책 <시크릿>이 붐이었다. 너도나도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크릿>이 생각났다. 동시에, 비슷한 다른 책들도. 이 모두를 아우르는 게 Having인 것 같다.
그래서 Having이 뭐냐? 간단하다. ‘진짜 부자’가 되는 방법! 처음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저자의 경험을 예로 들었는데, 저자와 내가 돈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예 달랐다. 저자는 돈을 쓸 때, 불안하거나 돈을 씀으로써 돈이 없어진단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런 자들이 대부분일 거다.
근데 나는 돈을 쓸 때, 가격이 얼마였던지 상관없이 별 고민 않고 바로 산다. 제일 비싼 걸 꼽자면, 서울에서 집 구할 때나 최근 자가용을 구입했을 때가 그렇다. 집은 3곳 이상 안 본다. 인터넷? 어차피 막상 가면 다르니까 아예 안 본다. 쇼핑은 98%가 온라인. 온라인 쇼핑도 오래 보는 게 싫어서 하루에 한 곳의 의류 쇼핑몰에 들어가서 신상만 2페이지 정도 본 후 관심 가는 게 있으면 캡처한다. 아니면 즉흥구매. 자가용은 면허 따고 바로 골랐는데, 원래 자동차를 사려고 면허를 딴 게 아니라 스쿠터를 사기 위해 면허를 딴 거라 어떤 차를 사야 할지는 반나절도 안 돼서 골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택배를 직접 받아본 적이 없고, 택배를 안으로 들여놔도 바로 뜯지 않는다. 인터넷 쇼핑몰이 활발하기 전엔, 양손 가득 쇼핑하고 집에 와선 옷걸이에 걸지도 않고 며칠을 있는 그대로 놔뒀다. 친구들은 집에 오자마자 꺼내서 입어보곤 했지만, 난 이해 가지 않았다. 어차피 입어보고 산 거 아닌가? 난 피팅도 안 하고 샀지만. 차도 마찬가지였다. 인생 첫차였고, 3개월을 기다려서 받았지만, 막상 받으니 별 감흥이 없었다.
Having은 소비 시점의 감정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저자와 가장 비슷한 사람을 불렀다. 어머니였다. 책에서 구루가 홍 작가에게 했던 질문을, 어머니께 해 봤다.
“엄마, 최근에 구매하면서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적 있어? 싼 것도 괜찮아.”
“마스크!”
“엄마, 부자가 되려면 Having이란 걸 해야 해. 어떻게 하는 거냐면, 돈을 쓰는 그 순간 ‘가지고 있음’을 ‘충만하게’ 느끼는 거야. 이게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방법이래. 엄마가 한 달에 10만 달러씩 번다고 상상해봐. 그리고 다시 마스크를 산다고 상상해. 어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어떻긴, 마스크쯤이야 껌값이지!”
“바로 그거야! 기분 좋은 느낌! 원하는 것과 교환할 만한 돈을 갖고 있다는 것!”
그래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해서 뒤에 나온 일화 하나를 들려줬더니, 바로 이해하셨다. Having으로 위기를 벗어난 사업가 이야기다.
부도 날 걱정인 한 사업가가 구루를 찾아왔다. 구루는, 앞으로 3년 동안 부도가 나는 운이 없다며 Having을 하면서 이 시기를 잘 보내라 했다. 그러면 1년 후에 큰돈을 만질 거라면서. 다음 날부터 사업가는 거울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을 버틸 자금이 있다니, 다행이다. 돈이 있는 걸 느끼면서 열심히 일해야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고도 회사를 운영할 돈이 남아 있어. 정말 감사한 일이야.”
사업가는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대로, 구루 말대로 됐다. 이것이 Having이다. 책을 읽을수록 Having은 돈에 그치지 않았다. 좋은 감정,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 자체였다. 난 그렇게 해석했다. 그래서 난 지금, 이 책의 리뷰를 쓰고 있음에 감사하다. 리뷰를 쓸 노트북이 있어서 감사하고, 이런 여유를 누릴 시간이 있는 것도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안 좋은 시국에도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더 해빙
- The Having -
지은이
이서윤, 홍주연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자기계발
규격
신국판변형(132*203)
쪽 수 : 344쪽
발행일
2020년 03월 01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0382-17-5 (03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