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나봄 Jun 30. 2019

일부러 그럴 필욘 없어요.

나는 나, 사회에 맞출 의무는 없다.

나는 나, 사회에 맞출 의무는 없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자주 든다. ‘진정한 리더란 뭘까? 왜 사회는 리더만을 원할까?’ 이런 생각을 유난히 많이 하게 된 계기는 한 선배의 취직 일화를 들었을 때였다. 수십 번의 자기소개서와 몇십번의 면접 속에서 이 선배가 유독 힘든 점이 있었다면, 취직 실패에 대한 불안감보다 내성적인 자신을 속여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소소하게 몇몇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걸 좋아했던 선배였다. 그렇다고 리더십이 없는 건 아니었다. 교내 자치회인 ‘교지편집위원회’의 부편집장이었다. 꼭 외향적이고 소위 ‘핵인싸’여야만 사람들이 따르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얘기를 잘 들어주고, 아이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위로해 주고,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리더도 좋은 리더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외향적인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면, 서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느라 바쁠 것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 하기 바쁠 것이란 뜻이다. 내향적인 리더도 필요한 법이다. 적극적인 사람도 좋지만, 의견을 조정하고 조율할 줄 아는, 신중하고 진중한 타입의 리더도 필요하단 뜻이다.


꼭 리더가 아니어도 된다. 리더의 의견을 잘 받쳐 줄 좋은 팀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더 혼자 좋은 의견을 제시하고 이끌면 뭐 하나? 같이 이끌어갈 좋은 팀원이 없으면 끝인걸.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조직 생활이란 그런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까 나를 숨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나’를 보란 듯이 더 당당하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성격을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멋지게 말하는 게 때로는 숨기는 것보다 타인에게 더 잘 전달될 것이다.


날 사회에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어차피 사회는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의 역할을 필요로한다. 다만, 회사에서 자꾸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는 사람만 원해서 그렇지, 당신의 소심한 성격과 내성적인 성격이 문제가 아니다. 이런 사회가 문제인 거다. 적극적인 리더만 뽑아서, 그런 리더들만 모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가?


자신을 숨길 시간에, 자신에 관해 더 잘 알려고 노력해서 더욱 자신감 있게 말하라.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조직에서 나는 무엇을 담당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서도 문제다. 예를 들면, 영업팀 사람들의 경우 술을 잘 마시고 분위기를 잘 띄우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부서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술을 못 마시거나 재미없는 후임이 들어오면 꼰대 같은 발언을 몇 마디 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재미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미없는 사람도 있다. 재미있는 사람은 재미있게 얘기를 하면 되고, 재미없는 사람은 재미있는 사람의 말을 듣고 웃어주면 된다. 그런데 만일, 재미있는 사람 두 명이 있다면? 누가 웃어주고, 누가 반응해 줄까? 그 영업팀 사람들은 알까? 자신 앞에 있는 사람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얘기에 반응해주고, 웃고 있다는 걸. 아니면, 정말 자신이 개그맨이라서 웃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cf. 사회적 통념과 일화 상, 영업팀으로 설정했을 뿐 영업팀 자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작가의 이전글 전시회 테마를 따라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