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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나봄 Jul 10. 2019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Part 1. 자신의 불행이 제일 커 보이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제일 힘들거나 자신의 상처와 아픔이 남들보다 더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신의 불행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이 직접 상대가 되어 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기 힘들다.


자신의 불행과 상대의 불행 중 누가 더 무거운지 가늠하는 것 또한 힘들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본다면 조금은 보인다. 불행의 종류와 무게는 다르지만,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나보다 힘든 시절을 겪은 사람이 어딘가엔 있겠지만, 직접 만난 사람 중에선 없다고. 그래서 그들의 고통을 들으면 나보다 가벼워서 ‘그런 거에 저렇게 힘들어한다고?’라고 생각하곤 했다. 당시에 난, 과거에 그친 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었기에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혼? 폭행? 내겐 정말 별거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어릴 적부터 겪었던 일들이어서 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덤덤했다. 처음으로 갔던 정신과에서(18세) 여러 심리 분석을 한 결과는 『너무 어릴 때부터 우울했기에 현재도 우울하단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는 못하는 상태』였다. 사실 놀랐었다. 자해는 많이 했었지만, 우울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으니까.



Part 2. 세상엔 별사람이 다 있다. 


그런데 내가 제일 힘든 게 아니었다. 때는 중학교 시절.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가 친한 친구가 있는 시골 느낌의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곳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단 게 아니란 걸 알았다. 그 학교에 다닌 2년간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었는데 학교 특성상 가난하고, 공부를 잘 안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소위 ‘노는 학생’들이 많았다. 근데 얘기를 들어보면 다 그럴만했다. 


아직 중학생 나이임에도 새엄마가 7번째라는 남자아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빠에게 툭하면 골프채로 맞았던 남자아이, 아버지의 가정 폭력이 심한데 실제로 식칼을 가져와 자신과 엄마를 찌르려 했다는 여자아이(이 친구는 고등학생 때 실제로 찔렸었다.), 부모님이 자주 부부싸움을 하시는데 항상 경찰이 올 만큼 심각하게 싸워서 집에서 자주 도망 나왔던 여자아이 등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애들은 이 정도이다.

내가 제일 불행한 게 아니란 걸 알게 해준 아이는 당시 같이 다니는 (나 포함) 7명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참고로 7명 중 6명이 이혼을 한 가정이었다. 그래서 이혼 정도는 너무 흔한 일이라 애들은 이혼 정도로 힘들어하지 않았다. 아니, 힘들어는 했겠지만 방황하지 않았다. 


아무튼, 내 불행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게 해준 그 친구는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슬펐다. 항상 웃고 있고, 밝고, 씩씩한 아이였는데 이상하게 눈이 항상 슬펐다. 어느 날 내가 이 얘기를 하니, 내게 넌지시 털어놓더라. 부모님이 안 계셔서 친척 집에 살고 있다고. 그리고 친척 오빠에게 2번의 성추행을 당했고,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는데 사실 알고 보니(우연히 방 안에서 할아버지와 고모가 하는 얘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돈 때문에 부모님이 동반 자살을 하신 거라고. 그 친구는 이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다 하고 나서도 계속 씩- 웃었다. 그렇다고 친척 집에서 편하게 사는 것도 아니었다. 


난 이 아이를 보면서 고통도 객관적으로 보자면, 볼 수 있단 사실을 알았다. 불행은 상대적인 거지만 절대적일 수도 있단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 집이 아무리 개판이어도 내게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아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Part 3. 세상은 넓다.


위에서 언급한 사람은 학창시절 일화일 뿐이고 그 후로도 수많은 사람을 봤다. 내 친구가 제일 불쌍하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여겼던 게 깨진 계기가 됐을 뿐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현재 독립해서 잘 이겨내며 살고 있다. 우울하지만 아직도 항상 웃어가면서. 


이별의 아픔도 어지간한 것 못지않게 큰 힘듦이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도 어떤 이들은 이해를 못 하지만, 견디기 엄청 힘든 고통이다. 등등 세상은 넓기에 외롭고 힘든 사람들도 당연히 많다. 그러니 자신이 제일 불행하다고, 자신이 겪은 일이 상대보다 훨씬 힘든 것이라며 상대의 아픔을 격하시키진 않았으면 좋겠다. 동시에 그 아픔을 이겨내서 자신은 그나마 덜 불행한 편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되길 바란다. 치유가 힘들다면, 합리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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