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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by 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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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정말 일급비밀인데, 사실 나에게도 이상형이 있다.


나이가 30대 후반이 되니 어디 가서 ‘이상형’이 있다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그 나이에 결혼도 안 했어, 애인도 없어, 그런데 이상형은 있다고?’라는 눈초리를 받는 것이 염려돼, 늘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라고 말한다.


말하는 대로 된다고, 어느샌가 남자를 만나면 내 이상형은 잊고 괜찮은 사람이다 싶으면 눈이 가고 호감이 간다. ‘이런 부분은 내가 원하는 타입이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좋네’ 하며 타협한다.


그러다 가끔씩 정말 내 취향의 남자와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러면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든다. ‘맞아, 나도 취향이 있었지!’ 하며 그제야 기억이 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나도 사회화가 많이 되어, 나의 남자 취향에도 이 ‘사회성’이 영향을 미친다.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내 취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 그리고 사실 취향에 딱 맞는 남자와 사귀어 본 적도 없다 -, 취향이 아닌 남자도(?) 고려해 봐야 한다. 사람 일은 모르니 호감이 안 가는 남자에게도(?) 기회를 줘 봐야 한다. 등등.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여자라고 한다.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속에는 소녀, 소년이 있고, 꽃밭이 있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이 소년, 소녀가 뛰어노는 꽃밭은 없앨 수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에게도 실은 이상형이 있다. 마음속 한켠에는 빛이 나는 어떤 남성의 상(像)이 있다. 그것은 이 사회의 상식도, 시간도, 남들의 눈초리도 비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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