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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나의 안전

by 혜야
drawings_20210221_modify_crop_square.jpg 드로잉 by 혜야



비가 와서 오랜만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대표 소울 3인방을-내가 지은 별명이다- 들어보았다. 노래를 듣고 있으니 내가 이런 애절한 감정을 느껴본 지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헤어진 전 연인이 내 생각에 아파했으면 좋겠고, 가슴에 비가 내리고(?) … 이게 다 무슨 말일까.


누구와 진득하게 사귀어본 지도 꽤나 오래되었고, 누군가와 진심을 나눠본 지도 오래되었다. 옛날에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참 쉬웠던 것 같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진심을 주었다. 그래도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여전히 때때로 쉽게 누군가 좋아지고는 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진심을 주지도 않는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주면 그만큼 상처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호감만 주는 것은 무엇도 대가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상대에게 호감만 주고, 그와 잘되지 않으면 ‘휴, 전력을 다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상처받을 뻔했네. 현명했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의 연애는 지지부진하다. 누구에게도 전력을 다하지 않으니, 결실도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경험이 많아져도, 사랑에 있어서 상처를 받는 것은 두렵다. 정확히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랑을 주었기 때문에 내가 각오해야 하는 것들이 더 두렵다.


그래서 아무리 예쁘고 반짝이는 깨끗한 물이 나를 유혹해도, 늘 한 발만 살짝 거기에 담근다. 그래야 언제든지 그 물이 유독한 것이 되어 나를 위협할 때 바로 담갔던 발을 빼고 도망갈 수 있으니까. 그래야 내가 안전하니까.


오늘도 내 안위를 최우선으로 하며, 마음 한구석에서는 사랑에 빠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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