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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베짱이 Jan 18. 2021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아니면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렸다

우와 벌써 2021년 1월 그리고 중순이 지나고 있다니. 시간이 너무 빠르다. 근데 흐르는 시간 보다 더 빠른건? 아기가 자라고 크는 속도! 특히 태어나서 부터 1년까지의 아기가 자라는 속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성장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예를 들자면 태어날 때는 분명 내 배에서 있다가 태어났는 데 지금 내 앞에서 뒤뚱뒤뚱 걸으려고 하는 뿌뿌를 보고 있으면 저 몸뚱아리가 어떻게 이 배에서 있다가 태어났지 싶고, 또 얼마전까지는 입던 옷이 너무 빨리 빨리 작아져 버려서 아쉽지만 다 포장해서 다른 사람을 주거나 다른 곳에 기부를 해야하는 경우가 정말 자주 자주 온다. 게다가 눈을 말똥말똥 (혹은 반짝반짝) 뜨고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며 진짜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배우는 아기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또렷해져 간다. 이제는 많은 말들에 반응을 하고 장난도 치고 또렷하게 발음을 하지 못 하는 대신 수화로 (sign launguage)로 자기 의사 표현을 하고 있는 뿌뿌를 보고 있자면 이건 그냥 누워서 생글 생글 웃고만 있던 아기가 아니라 자기 성격, 주관, 호 불호를 가진 한 명의 인격체라는 (물론 그 전에도 한 명의 완성된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생각이 든다. 


 발가락이 뚫고 나올 때 까지 작은지 몰랐던 내복

아니 태어난지 1년도 되기 전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생긴단 말인가? 1년?! 지금 어른이 된 시점에서는 1년이 그냥 매년 비슷하게 엄청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데 (가끔 올 해가 몇 년 인지 다시 생각해야 하는 만큼 무딜 때도 있다.) 이 작고 소중한 생명체는 1년이 되기전에 벌써 먹고 싸고 웃고 놀고 자고 안고 기고 걷고 하는 것을 다 했다.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진짜 얼마나 수고 했을까, 바빴을까, 그리고 힘들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상상이상으로 빠른 성장속도는 육아를 하는 데 가끔 혼란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분명 뿌뿌가 울 때는 이렇게 하고, 잘 때는 이렇게 재우고, 먹을 때는 이렇게 하면 된다 하는 나름의 (그 당시엔 효과직빵인) 육아 공식이 있었지만, 매일 매일 성장하는 아기에게는 어느새 그 공식이 맞지 않는 때가 분명히 그리고 엄청 빨리 찾아온다. 이미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자꾸 앉아서 놀고 싶은 것이었는데 나는 그 전에 쓰던 누워서 노는 장난감 아래에 자꾸 눕혀 놓으니 뿌뿌로서는 답답하고 짜증이 났겠지. 또 한번은 이빨이 없어 잘 씹을 수 없는 아기들이 빨아먹을 수 있게 만든 실리콘 쪽쪽이에 과일을 넣어서 주고는 했는데 어느 새 보니 실리콘이 다 찢어져 있어서 이런 물건을 팔아서 되겠냐며 회사 욕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뿌뿌 이빨이 벌써 4개나 나서 뿌뿌 입장에서는 이 쪽쪽이를 쓰기가 불편할 뿐더러 그냥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는 그때부터는 그냥 과일을 작게 잘라서 준 적도 있다. 결국 그 때는 맞았던 것들이 몇 달 가끔은 몇 주 사이에 틀린 것이 되었다. 항상 맞고 틀린 것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제야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뭔가가 잘 안 되거나 뿌뿌가 많이 찡찡되는 날에는 다시 한 번 나와 아기와 그리고 주변을 다시 한번 자세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작은 옷 같은 것은 알아차리기 비교적 쉽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가의 머릿속을 알아차리기는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니 이것 저것 시도 하고 질문도 하고 관찰도 하면서 우리 아기가 얼마나 혼자 자신감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시도해보고 싶어 하나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은 도움을 주지 않고 기다려 줘야 할까를 생각해야한다. 나름의 탐정놀이 같다!


이제 막 1년이 지난 지금, 이제 폭발적인 육체적인 성장궤도는 조금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다. 옷을 계속 안 바꿔줘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이제는 뭐든 보고 듣는 것을 따라하려는 것을 보니 인지적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려나 싶다.


내가 할 일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아기에 맞춰 더 유연하고 여유있는 자세를 가질 것! 항상 맞고 항상 틀린 것은 없다. 그냥 여기에 나와 아기가 있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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