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늘 어려워

시작의 두려움을 없애보자.

by 최용

프로골퍼인 딸이 필드에서의 경쟁보다는 학교에서의 연구가 더 재미있다며 스포츠 심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이제 막 석사과정을 시작한 딸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먼저 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 아빠에게 가끔 질문을 해온다. 그 질문을 주고받다 갑자기 ‘우리가 서로 주고받는 문답을 글로 한번 써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자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동조한다.


이렇게 갑자기,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로 심리학 공부를 하는 부녀가 문답형태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어떻게 쓸까?’, ‘무슨 내용을 쓰지?’

아빠는 갤럭시 탭을, 딸은 아이패드를 켜놓고 글을 쓰는 목적, 목표, 일정 등등을 적어가면서 한참 상의를 했다.


‘우선 그냥 쓰자.’,


매주 두 개씩!

하나는 딸 고민으로, 하나는 아빠 고민으로, 서로 답주는 형식으로 하자는 것만 정하고 우선 쓰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딸과 이 기회를 통해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 오빠들과 7살, 6살 차이 나는 막내임에도, 남초 집안의 이쁜 딸임에도 치열한 엘리트 운동선수로 성장하느라 서로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만 하면서 대화가 절제되었던 터였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


어쨌든, 그런 마음과 기대로 딸과 의기투합한 글쓰기 프로젝트를 오늘, 지금 시작해 본다.




주제 1

- 시작은 늘 어려워 (가제)

아버지와 책을 만들기로 했다.

오늘이 첫날이다.

먼저 내가 주제를 전달해 드리기로 했다.

나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편이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많은 걱정이 앞선다.

"내가 정말 책을 써낼 수 있을까?, "매주 꾸준히 글을 써낼 수 있을까?" 등등...

반면 아빠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실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시작하시는 경우가 많아 늘 신기하고 아빠의 추진력이 부러웠다.

그래서 오늘의 질문이자 우리의 시작을 알리는 주제를

"시작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정했다.


아빠 저는 새로운 상황이 시작될 때,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설렘보다 걱정과 불안감이 커지곤 해요 상황은 매우 사소한 것부터 다양해요. 예를 들면, 새로운 단톡에 초대되었을 때, 필참 해야 하는 동아리 회식 날이 정해졌을 때,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 계획이 생겼을 때 등등 분명 대부분 설레는 일인데 상황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부정적인 장면들이 넘치는 상상력으로 걱정이 많아지면서 불안해지더라고요. 사실 그러한 걱정들로 좋은 기회를 놓친 적도 꽤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고 싶어요.

"시작"이라는 단어를 "두려움"이 아닌 "설렘"으로 바꾸고 싶어요.

아빠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두렵지 않으신가요?

두렵다면 어떻게 이겨내시는 건가요?




한희의 톡을 받고, ‘오 재밌겠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첫 이야기부터 아주 재미있는 주제를 정했네.


그러고 보니 아빠는 새로운 것을 늘 ‘재밌겠는데’라며 바라보는 것 같긴하네.

그런 마인드가 아빠에게는 어떻게 생긴 걸까?


한희 질문 덕분에 아빠도 이번에 한번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는 아빠의 태도는 아마도 타고난 기질과 성격 탓이지 않나 싶어. 한희도 알겠지만 아빠는 호기심이 무척 많은 성격이거든.


TCI라는 검사가 있어. 한희도 한번 해본 적이 있을 텐데 타고난 기질과 형성된 성격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검사야. 이 검사를 해보면 아빠는 자극추구가 높게 나오는 편이야. 자극추구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지.

VIA 강점검사에서도 학구열과 호기심이 첫 번째, 두 번째 강점으로 나오더라고.


호기심 많고 자극을 추구하는 타고난 기질과 성격 때문에 아빠는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큰 편인 것 같아.


그런데, 아빠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가 크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없는 편은 아냐. 아빠가 젊었을 때 별명이 걱정인형이었던거 한희는 모를거야. 늘 걱정이 한 가득이었거든. ‘잘 안되면 어쩌지?’,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을 항상 하고 지냈던 것 같아.


이런 걱정이 많다 보니까 아빠는 항상 세심하게 챙기는 게 익숙해져 있어. 걱정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늘 준비하고 챙기는 습관을 가지게 된 거지.


아빠는 아빠의 이런 습관이 별로라고 생각했었어. 쫌생이 같이 보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

그런 걱정인형 같은 태도 덕분에 아빠가 사회생활을 잘하고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거라고.


아빠가 코칭할 때 간혹 사용하는 이미지가 있는데 같이 한번 볼까?


이 사진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아주 아름답고 평온하고 낭만적으로 보이지!

그런데 여기 있는 이 초식동물은 지금 어떤 상태일까?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마냥 평온하지만은 않을 것 같지 않아?


맞아. 이들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자신들의 천적을 경계하느라 엄청 긴장하고 있을거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이 친구들은 여기서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긴장상태로 살아가고 있을 거야.


우리의 두려움과 불안은 이런 것 같아.


어찌 보면 나의 두려움과 불안은 나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서 내가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하는 인형 같은 것일 수도 있어. 그럼 이 인형을 없애면 불안과 두려움이 없어질까? 없애기도 쉽지 않겠지만, 없앴을 때 생기는 손해가 그걸 가지고 있는 불편함보다 훨씬 클거라고 아빠는 생각해.


여러 연구들에서 확인된 사실인데, 사이코패스가 일반인보다 사망확률이 무척 높아. 어느 연구에서는 일반인 대비 5배 정도 사망률이 높다고 보고되기도 해. 사이코패스의 사망확률이 높은 이유가 뭘까? 행동 위험성이나 폭력적 사고가 원인이라고 해. 불안이라는 감정이 있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사이코패스들은 하는 경향이 높은 거지.


불안과 두려움이 없으면 일찍 죽는 거야.

적당한 불안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안전한 생활과 생존에 필수적인거지.

그래서 우리에게 불안과 두려움은 항상 함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어짜피 나와 항상 함께할 수 밖에 없는 녀석이라면 이 녀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면 어떨까? 나의 생존에 필수요소인 불안인형을 이왕이면 애착인형처럼 여기는거지. 그리고 불안해하는 나의 인형에게 내가 묻는거야. 묻고 확인하면서 나의 불안과 두려움을 객관화시켜보는거지. 이왕이면 노트에 적어보는 것이 도움이 더 될거야.


'너 또 두려워 하는구나'

'그래 이해된다. 지금은 좀 불안한 상황이긴 한 것 같애.'

'그런데 어떤게 가장 두려워?'

이렇게 묻고 찾은 답을 노트에 적어보는거야. 막상 적어놓고 보면 내가 불안하다고 생각했던 그것이, 내가 두렵다고 여겼던 그것이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을 발견 할 수도 있을거야.


이 방법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좋은 것 같아.


이렇게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객관화 시키다보면 내가 가졌던 두려움이 그리 큰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더라구.


그리고, 한희야!

세렝게티의 초식동물들이 언제 잡아 먹힐지 모를 불안함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물을 마시러 물가에 가는 이유는 뭘까? 목이 마르니까 가겠지. 맞아, 아무리 두렵고 불안해도 목이 마르면 물을 찾는 행동을 해야만 해.


이 초식동물들처럼 목마른 상황을 한희가 스스로 만들어서, 두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걸 두 번째 조치로 제안하고 싶어.


한희가 질문에서 예로 들었던, 새로운 톡방에 초청받는 일,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 같은 상황은 왜 발생했을까? 한희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일이라 판단해서, 한희 스스로가 연락처를 알려줘서이기 때문일 거고, 친구들의 여행 제안을 한희가 받아들였기 때문일 거잖아? 한희가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어서 시도해 볼 수 밖에 없게 하는 것도 참 좋은 방법 같아.


지금까지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놓친 일이 있다면, 다음에는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보는 거지.


보통은 두려운 순간에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텐데 이왕이면 두려운(fear) 상황에서 도망(flight) 가기보다는 싸워보고(fight) 싶어 하는 한희의 마음을 아빠는 응원해.

두려움 없이 잘 싸우기 위해 필요한 의지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게 싸움을 시작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같아. 두려움이 생기는 일이지만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거지. 그렇게 하면 좀 두렵기는 해도, 좋은 기회였을 거라 생각했던 일들을 놓치는 경우는 없을 거잖아.


싸움에서 지면 어떡하지? 그건 그때 가서 다시 걱정하는 거지 ^^


두려움이라는 인형, 불안이라는 인형을 내 애착인형이거니라고 생각하고 곁에 둔 채로, 그 인형이 갖는 불안과 두려움이 뭔지 객관화 시켜보고, 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싸우다 보면 어느새 나의 맷집도 조금씩 세져있지 않을까?


그렇게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없애보면 좋겠다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