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설레게 하자

과정을 응원하면서 아이들의 내일이 설레게 하자.

by 최용

한희야, 이번 주 아빠 질문 전달해요~~


지난번에 한희가 아빠한테 한 질문에 답하다가 아빠도 한희의 기대미래가 궁금해지더라고.

한희가 기대하는 50대는 어떤 모습일까?


한희 입장에서 50대를 상상하는 건 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한번 상상, 예상해 본다면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 그리고 그 상상과 예상하는 모습에 가장 걸림돌이 될 장애물이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 것 같아?




아빠의 질문 덕분에 아주 새로운 상상을 해보게 되었어요.

천천히 생각해 보니, 그동안 저는 내일이나 다음 주, 다음 달 정도까지는 상상해도 몇 년 후의 나, 몇십 년 후의 나는 거의 떠올려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가 기대하는 50대인 저의 모습을 그려봤어요.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지금의 꿈인 교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이었어요.

미래의 저는 멋진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을까요? 어떤 수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을까요? 그때의 대학은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도 궁금했어요. 상상 속에서 저는 열정적이고 따뜻한 교수로,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시기의 저는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을 것 같아요. 늘 상상만 하던 곳을 직접 보고, 그곳의 공기를 느끼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떠올렸어요. 안식년이 되면 내가 머물고 싶은 곳, 함께 연구하면서 사귄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곳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머물면서 그곳에서의 경험을 채울 것 같아요.


이런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조건들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야 마음 편히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겠죠. 또, 건강해야 여행도 인생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상상은 짧고 강렬하게 지나갔지만, 그 상상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오래 남았어요.
‘멋있는 교수가 되려면 지금 하는 공부에 더 열정을 쏟고 꾸준히 연구해야겠다.’
‘다양한 세계를 부담 없이 경험하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저축해야겠다.’
‘건강한 50대를 맞으려면 오늘부터라도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이런 다짐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오늘 아빠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여러 생각을 하다 보니까, 삶이 무료하게 느껴질 때마다 먼 미래의 나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상상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다시 한번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삶에 설렘을 더해주니까요.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고, 다짐한 대로 운동하러 가야겠어요!




너는 어떤 미래를 꿈꾸니?

이 질문은 너의 미래가 건강하고 찬란하길 바라는 마음에 던지는 질문이다. 하지만 자칫 응원하는 마음이 전달되지 못한 채, 걱정하는 마음(너 잘 살 수 있겠어?)으로, 혹은 비난하는 모습(너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그래?)으로 비칠 수도 있어 꺼내기에 참 조심스러운 질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침 한희가 지난번 질문에서 나의 20대를 물었어서, 나도 한희의 50대를 물을 수 있었다.


먼 미래의 계획이나 목표는 추상적이고 이상적이기 쉽다. 목표위계이론에서도 말하듯, 장기적인 목표일수록 현실적이기보다 가치 지향적이고 포괄적인 경향이 있다.

그런데 한희의 목표는 30년 후의 목표임에도 제법 구체적이다. 3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물론 삶의 여정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오며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과 시련을 한희가 미리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하고 빛나는 모습의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일이다.


게다가 미래와 현재를 연결 지으면서 ‘그때의 나’를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낸다. 미래를 상상하면서 설레어한다. 그 상상이 오늘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된다고도 한다. 참 예쁜 마음이다.


커리어 코칭을 하는 나의 시선에서 보면, 지금의 20대는 설렘보다 걱정과 불안을 더 크게 품고 살아간다. 이들이 가진 걱정과 불안은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특히 학교가 그리고 우리 부모세대가 의도치 않게 심어준 감정이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일정 수준의 불안을 품고 살아간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실존적 감정이다. 굳이 심어주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기본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여기에 더 큰 불안을 덧입힌다. 마치 그렇게 걱정해야지만 아이들을 응원할 수 있다는 착각처럼 그런다.


미래는 우리가 살았던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경험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경험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제발 나의 경험을 그대로 전달하지 말자.

아이들은 직업을 몇 개나 가지며 살지 모른다. 호주의 한 교육단체가 제안한 내용을 보면, 앞으로의 아이들은 5개 이상의 직업, 17개 이상의 직장을 경험하며 세 곳 이상의 나라에 머물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뭐가 될 건지 묻지 말라는 조언까지 더한다.


내 생각도 같다. 지금의 아이들은 여러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Single Stage가 아닌 Multi Stage에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가 은퇴하고 살아야 할 인생 2막 정도의 수준이 아니다. 4막, 5막, 여러 막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뭐 먹고살래?, 뭐가 될 건데?라는 질문은 삼가자.


그냥 꿈꾸게만 하자. 뭐 할래? 가 아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꿈꾸게만 하자. 혹시라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다소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면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꿈꿀 수 있게끔 도와주자. 그렇게 미래를 불안과 걱정이 아닌 설렘과 기다림으로 맞이하게 하자.


가끔 나에게 사람들이 묻는다.
‘그 위험한 모터사이클을 도대체 무슨 재미로 타세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과정의 즐거움이 가장 크다.
자동차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기 위한 수단이다. 이동 중의 과정보다는 도착이 중요하다. 그래서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다르다. 이동 그 자체가 즐겁다. 목적지로 가는 길을 일부러 돌아가며 즐길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모두 이동수단이지만,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전혀 다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으면 과정이 재미없어진다. 때로는 일부러 돌아서 가는 여유, 바람과 풍경을 즐기는 느린 속도가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아이들의 미래도 그렇다. 목적지가 아니라 그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이 즐거워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결과’를 걱정하기보다, 그들의 ‘과정’을 응원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의 과정을 응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