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자.
이번에는 지금까지 와는 다른 새로운 질문을 준비해 봤어요!
이번 책 주제 자체가 심리학을 공부하는 아빠와 딸의 대화이기도 하지만 X세대와 Z세대의 대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궁금한, 서로에게 조언이 될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으면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정리해 봤어요.
아빠가 지금 제 나이인 24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 가요?
이미 이 나이를 보낸 아빠는 이때로 돌아온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신 지 궁금했어요. 후회가 되어 돌아간다면 되돌리고 싶은 것이나, 아쉬워서 돌아간다면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으신 가요?
그리고 현재 그 나이를 살고 있는 저에게 하고 싶거나 해주고 싶은 인생 조언이 있으신 가요?
앞서 이야기한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 지 궁금해요.
마지막으로는 저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나이, 세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물론 세대는 다르지만 아빠는 저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먼저 걸어간 인생 선배이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한희가 쓴 ‘X세대와 Z세대의 대화’라는 표현이 참 좋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질문해 주는 것도 좋고.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서 질문해 주는 것은, 그리고 나랑 이야기 나누자고 말해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인 것 같아.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걸고, 질문하는 게 내가 필요로 하는 답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잖아. 요즘은 답은 챗GPT가 훨씬 잘해줄 테니까.
아빠는, 우리가 상대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는 이유가 '내 곁에 그가 있음을 챙기는 일'이라고 생각해. 존재에 대한 인정이자, 함께 살아가자는 연대의 표식이자, 서로를 챙기는 애정의 표현이라고 봐.
물론, 우리가 이 글들을 쓰자고 한 목적이 그것이기도 하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감사표시를 먼저 하고 한희의 질문에 답을 해볼게.
아빠가 지금 한희 나이인 스물넷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
아빠의 24살, 1993년이겠네.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준비하던 때다.
그때 아빠의 꿈은 저널리스트가 되는 거였어.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지. 그런데 언론인의 길을 걷지는 않았어.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많이 들여 준비해야 했는데, 그럴 자신이 없었고, 상황도 녹록지 않았거든. 만약 다시 24살로 돌아간다면 그때 꿈꿨던 언론인을 위한 준비를 할까? 글쎄,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
한희가 한 질문 ‘무엇을’이라는 의문사 관점에서 보면, 안 해 본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때 몰랐던-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다양한 인생경험을 해보고 싶어. 여행도 여기저기 다니고, 연애도 많이 해보고, 운동도 이것저것 해보고, 젊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 있잖아, 그걸 해볼 것 같아.
그런데, 한희가 기대한 답은 이게 아닐 것 같네.
아빠는 24살로 돌아간다면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아빠는 24살로 돌아간다면 좀 더 용기 있는 삶을 살고자 할 것 같아.
한희도 그렇겠지만 현생의 나에게는 수많은 제약들이 함께하고 있잖아. 아빠는 당시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 아르바이트하느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기도 했고, 친구들과 즐기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기도 했거든.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경제적 제약에서도 불구하고 현명하게 뭔가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그때 필요한 게 용기가 아닐까 싶어.
물론, 아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내서 시도하고 경험한 것들이 없지는 않지. 하지만 좀 더 용기 있게 살았다면 어땠을까라는 후회 아닌 아쉬움이 조금 들긴 해. 그래서 다시 24살로 돌아간다면 주저하지 않고 더 용기 있게 살아보고 싶어.
지금 24살인 한희와 또래들에게 아빠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비슷해. 나에게 주어진 삶의 한계와 제약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 있는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싶어.
어른들이 그런 이야기하잖아. '젊은데 못할게 뭐냐'라고. 이런 말이 꼰대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아빠가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조금 더 현명해진 시선으로 24살이 된다면 정말 큰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거든. 못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마도 그런 마음으로 어른들이 너희들에게 그리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봐.
지금 한희와 한희 또래들이 아빠 세대가 경험하고 배우면서 가진 현명함은 아직 덜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대신 용기 있게 부딪히고 경험할 수 있는 자산은 훨씬 많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
한희나 한희 세대가 가지지 못한 현명함이 뭘까?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 도전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이 별 것 아님을 아는 게 현명함인데 그걸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경험해 보니 별것 아니었는데, 경험하지 않았을 때는 그게 왜 그리 어렵게만 느껴졌는지. 그게 지나고 보면 다소 후회되고 제법 아쉽더라고.
아빠 나이 스물아홉, 아빠 막 취직하고 일할 때였어.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엄마가 뜬금없이 아빠한테 묻는 거야. '자기야, 혹시 복권 당첨되면 갖고 싶은 것 있어?'라고. 그래서 아빠가 되물었지. '왜? 당첨됐어?'라고. 그랬더니 아니라고는 말 안 하고 미소를 지으면서 갖고 싶은 게 뭔지만 자꾸 묻는 거야. 아빠 혼자 생각했지. '아.. 뭐가 있구나. 즉석복권이라도 된 모양이다'라고.
그래서 갖고 싶은 걸 생각해 봤어.
'작은 전셋집이긴 하지만 집도 있고, 60만 원짜리 중고차이긴 하지만 차도 있고, 아이들 유모차도 있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빠가 가진 게 많더라고. 결국 찾아낸 게 휴대폰이었어. 그 당시 막 애니콜이 출시되어서 직장인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을 때거든. 그래서 휴대폰 사달라고 이야기를 했지.
그랬더니 엄마가 “조금만 기다려봐. 12시 지나면 알려줄게” 하더라. 그래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지. 12시가 딱 지나자마자 엄마가 그러는 거야.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달력을 보니 12시를 넘기면서 4월 1일 만우절이 된 거지. 엄마가 아빠한테 만우절 장난을 친 거야.
한희의 질문에 답을 하다 보니, ‘뭐야~’하며 둘이 크게 웃었던 1998년도의 만우절이 생각나네.
그날의 기억이 유난히 선명한 이유는, 직장에 취직해서 벌이는 있었지만 일찍 결혼해서 아들 둘을 키우느라 애쓰고 있는 우리가 생각보다 가진 게 적지 않네라는 깨달음을 느끼면서 얻게 되었던 행복한 감정이 생생하기 때문인 것 같아.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 그런데 그걸 몰라서, 없다고 느끼는 거지.
한희에게는 두려움이 있지만 시도해 볼 수 있는 젊음이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자산이 있지. 아직 현명함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그걸 대신해 줄 아빠와 엄마가 있고, 외롭고 힘든 세상을 견뎌내야 하지만, 늘 응원하는 오빠들이 있지. 실패가 잦아 자존감 떨어질 때, 그 자존감을 다시 세워주는 친구들도 있잖아.
얼마나 가진 게 많아.
한희도, 한희 또래들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잘 찾아서 그걸 자산으로 삼아 용기 있게 경험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싶네.
네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하길 언제나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