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중심'의 '중심'은
'자기정체감'인걸로

자기중심성보다 자기정체감

by 최용

지난주 아빠와 대화를 나누고 더 자세히 질문하고 싶은 게 생겼어요.

아빠는 요즘 세대가 일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요즘 세대는 “힘들어도 참고 버티는 것”이 아닌 “맞지 않으면 빠르게 바꾸는 게 효율적”이다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리고 전에는 “회사 중심”으로 생각을 했다면 요즘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대부분인 것 같은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아빠는 실제로 회사생활도 오래 하셨으니 흔히 말하는 “MZ 행동”을 봤거나 당해본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더불어 아빠 세대의 20대 시절과 현재 20대의 차이점도 궁금해요. 예를 들면 연애 방식이 있을 수도 있고, 일처리 방식, 사회생활을 하는데에 있어서 마인드 차이. 이런 것들의 차이점이 궁금해요.




2019년쯤이었을 거야.
회사에서 리더들이 모여서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을 함께 읽으면서 MZ세대를 이해하려고 공부하던 때가 있었지.

그때, 이런 말들이 나왔었어.
“왜 우리만 MZ를 이해해야 하는 거지?”
“MZ도 우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 돌이켜보면, 그 투덜거림 속엔 세대 간 거리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데 한희의 질문을 받고 보니, 아빠도 반성하게 되더라.

맞아.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리 쪽의 몫만은 아니지. 너희 세대도 부모 세대의 생각과 경험을 궁금해하고,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 고지식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겠지.


결국, 세대를 가르는 건 나이보다 관점의 차이인 것 같아.
우리는 누구나 자기중심편향 때문에 타인의 관점이나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렇다 보니 오해가 생기고, 오해는 다툼을 부르고, 다툼은 갈등으로 이어지지. 그게 바로 X와 Z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세대갈등’ 일 거야.


이런 갈등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보고, 묻고 답하다 보면 서로의 생각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니까. 결국 질문은 오해를 줄이고 관계를 깊게 만드는 가장 인간적인 소통 방식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아빠는 한희의 이런 질문이 참 고맙다.
너의 질문이야말로 세대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아빠가 X세대를 대표한다고 할 순 없지만, 평범한 X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한희의 질문에 답을 해볼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본 Gen Z 직원들은 솔직히 말해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어. 아빠의 기준으로는 납득되지 않는 행동들이 있었거든.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다가가 묻지도 못했어. 우리 세대는 ‘질문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으니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한희가 말한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태도'였어. 아빠 세대도 젊을 땐 윗세대로부터 “요즘 애들은 자기밖에 몰라”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래도 문화적으로는 집단주의의 틀 안에 있었던 세대였지.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을 할 때도 조직 중심이 몸에 밴 삶을 살았어. 저녁 약속이 있어도 회사 회식을 우선하고, 주말에도 가족보다 회사행사를 먼저 챙기곤 했지.

굳이 표현하자면,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지만, 여전히 집단 중심 문화 안에 머물러 있던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Z세대의 자기중심적 사고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기중심적 행동은 정말 낯설고 어려웠던 것 같아. 그 낯섦이 결국 아빠를 공부로 이끌었고, MZ세대 이해를 위해 시작한 그 공부가 지금의 심리학 박사 과정으로 이어졌지.


이처럼 Gen Z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아빠는 한 가지 분명히 응원하고 싶은 게 있어.
바로 ‘자기중심성’을 가지는 태도야. 한희가 말한 것처럼 ‘회사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해. 자신의 삶에서 중심을 잡는 건 당연히 중요하니까. 조직 중심의 시대에서 개인 중심의 시대로의 전환도 이미 일어나고 있으니까 더더욱 시대적으로 맞는 태도라고 봐.


그런데 아빠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어. ‘나를 중심에 두는 삶’이 단단한 자기정체감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거야.

‘자기중심성’과 ‘자기정체감’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다른 개념이야. 자기정체감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일관된 자기 인식이야. 자신의 가치, 신념, 역할, 목표를 통합해서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심리적 구조지. 반면 자기중심성은 세상을 ‘나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경향성을 말해.


즉, 자기정체감은 나를 ‘정의하는 힘’, 자기중심성은 세상을 ‘해석하는 틀’이라고 볼 수 있어. 문제는, 자기정체감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자기중심성이야. 이 경우, 자신이 믿는 가치나 신념 없이 세상을 오직 ‘내 입장’으로만 판단하게 돼. 결국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맥락을 통합하지 못하고, 정체감 혼미에 빠질 위험이 커지지. 반대로, 자기정체감이 성취된 사람은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아. 이런 사람의 자기중심성은 배타적이지 않고 주체적이지.


그래서 아빠는 말하고 싶어. Gen Z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은 분명 응원받아야 해. 하지만 그 중심에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꾸준한 탐색과 이해, 즉 자기정체감의 뿌리가 있어야 해. 그 뿌리 위에서 발현되는 자기중심성과 자기 주도성은 누구보다 멋지고 단단한 삶의 에너지가 될 테니까.


같은 맥락에서, “힘들어도 참고 버티는 것보다, 맞지 않으면 빠르게 바꾸는 게 효율적이다”라는 한희 세대의 생각에도 동의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전략적 사고이고,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으니까.

아빠는 여기에도 같은 조건을 더하고 싶어. 그 ‘빠른 전환의 판단’이 자기정체감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야.

‘맞지 않으면 바꾼다’에서의 주어는 당연히 ‘나’겠지. 그런데 그 ‘나’가 어떤 나인지, 즉 자기정체감이 세워진 나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자기정체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언가를 바꾸기 전에 그것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 철학에 맞는지를 먼저 살펴볼 거야.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고, 한 번 선택한 일이라면 열정을 다해 끝까지 해본 후에 판단하게 되겠지.


반면, 자기정체감이 약한 상태에서의 변화는 그때그때 감정이나 환경에 휘둘려서 효율적 전환이 아니라 방향 없는 이동이 되기 쉬워. 결국 중요한 건 속도보다 기준이야. 그 기준이 바로 자기정체감이어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해.


자기정체을 가진 사람의 변화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선택이 되니까.


한희 질문에 도움이 되는 답이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