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의 프리샷 루틴

큰 변화는 소소한 일상의 루틴에서 시작된다.

by 최용

한희, 이번 주 아빠 질문이에요~~~


한희는 한희가 꼭 지키는 루틴이 있어?

아마도 골프 라운드 중에는 있었을 것 같아.


그런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지키는 루틴이 있을까?

학교 수업처럼 외부에서 정해진 것 말고, 스스로 만들어서 수행하는 루틴이 있는지 궁금해.

아주 사소한 것도 상관없어.


아빠의 경우는,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이나 샤워로 나를 깨운다'라는 루틴이 있어.

이렇게 루틴을 만들어두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날에도 운동하면서 볼 넷플릭스 영상을 생각하거나, 샤워하면서 느끼는 개운함을 생각하면서 조금은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되더라고.

그렇게.. 하루의 시작을 무겁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거지.


이런 것처럼 생활의 루틴을 한희도 가진 게 있는지 궁금해




아빠의 질문을 계기로 요즘 제 생활을 돌아봤어요.

학교처럼 정해진 일정 말고, 제가 제 선택으로 꾸준히 지키는 루틴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요즘 의식적으로 지키는 루틴이 두 가지 있어요.


‘아침에 잠 깨면 바로 움직이지 않고 눈 감고 5분 이상 있다가 눈 뜨고 움직여서 입을 헹구고 미지근한 물 한 컵 마시기’하는 아침 루틴이 있어요. 예전에는 눈 뜨자마자 핸드폰부터 봤는데, 요즘은 차분히 눈을 감고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지 일정을 정리하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면서 잠을 깨고 있어요. 아침에 잠을 깬 직후의 10분이 하루의 기분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이렇게 하고 있어요. 그런 후에 입을 개운하게 헹구고 물 한 컵을 마시면 하루의 시작이 예전보다 훨씬 개운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녁 루틴도 있어요. ‘저녁 먹은 후 바로 샤워하기’를 해요. 예전에는 저녁 먹고 나면 몸이 무거워져서 바로 안 움직이고 소파나 침대로 갔었는데, 그렇게 하면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속이 불편하고 몸도 더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저녁을 먹으면 바로 샤워부터 해주고 있는데 그러고 나니 속도 훨씬 편안하더라고요.


요즘 제가 매일 지키는 루틴은 이 정도인 것 같아요. 그 외에는 학교 일정이나 여가생활들로 유동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똑같은 일상의 반복을 답답해하는 저 같은 성향에겐 이 정도의 가벼운 루틴이면 충분하지 않나 싶은데, 아빠 생각은 어떠세요?




딸아이의 루틴이 궁금했던 이유는, 최근 커리어 코칭을 하고 있는 고객과 루틴 만들기 작업을 하면서 문득 ‘우리 딸은 어떤 루틴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루틴이라고 하면 우리는 종종 거창한 것을 떠올린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해야 할 것 같고, 하루를 완벽히 관리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긴다.


하지만 루틴은 그런 게 아니다. 루틴은 일상의 리듬이자, 스스로 정한 작은 질서다.


한희는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골프선수로 지내며 어드레스 상황에서 긴 호흡을 한 번 내쉬는 작은 루틴이 경기력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이미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이 일상의 루틴에도 스며든 듯하다.


그래서인지 한희의 생활루틴은 참 심플하다. 하지만 강력하다.

골프의 어드레스 상황에서 긴 숨을 한 번 내쉬는 루틴이, 의도한 샷의 정확도를 높인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볼링의 예이긴 하지만 프리샷 심호흡 루틴이 샷 정확도를 15~25% 향상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작은 루틴이 강력한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생활에서의 루틴도 마찬가지이다.

조던 피터슨의 책 『12가지 인생의 법칙』에도 등장하는 맥레이븐 미해군 대장은 자신의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자신의 방, 자신의 이불부터 정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그 시간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이것이 루틴이다.


한희가 하고 있는 것처럼, ‘아침에 잠 깨면 바로 움직이지 않고 눈 감고 5분 이상 있다가 눈 뜨고, 입을 헹구고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마신다.’ 이 짧고 소소한 루틴이 나와 내 삶을 변화시킨다.


루틴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기 때문이다.

루틴은 ‘자기 결정의 반복’이다.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행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자율성을 회복시키고, ‘내가 내 하루를 움직인다’는 감각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내 삶을 변화시킨다.


한희가 하는 ‘아침 루틴’과 ‘저녁 루틴’은 그런 점에서 아주 잘 설계되어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자기 자신을 정리하고, 통제 가능한 행동으로 마무리하는 것. 그건 단순한 습관을 넘어 자기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행동이다.


거창할 필요 없다.

내가 내 삶을 주도하고 있음을, 내가 자율성에 기반한 내 삶을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조그만 생활루틴을 만들어 보자.


한희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제대로 시작하고 기막히게 매조지하고 있어 보인다.

우리 딸.. 참 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