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게, 더 많이 실패하기

수능 준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소득은 안전한 실패하기

by 최용

이번 주 한희의 질문은, ‘20대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방학이 시작되면서 생기는 시간을 채울 책을 추천받고 싶은 모양이다.


책 추천은 어렵다. 추천 대상이 특정되면 그나마 조금은 수월하다. 그리고, 추천 대상의 성향이나 최근 고민까지 알면 추천하기가 더 수월해진다. 한희의 질문에 맞춘 답, 특정 지어지지 않은 20대에게 추천하는 책을 고르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그냥 내 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골랐다. 미래가 두려운 대부분의 20대 청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마음을 담아 추천해 본다.


내가 한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존 크롬볼츠와 라이언 바비노가 쓴 책 ‘더 빠르게 실패하기(Fail Fast, Fail Often: How Losing Can Help You Win)’이다.


존 크롬볼츠(John D. Krumboltz)는 진로상담과 진로의사결정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중 한 명이다. 특히 ‘계획된 우연 이론(Planned Happenstance Theory)’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가 커리어 코치로서 좋아하고 자주 활용하는 이론이 바로 ‘계획된 우연 이론’이다. 크롬볼츠가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20년 넘게 연구한 이 이론을 일반 독자들도 읽기 쉽게 정리한 책이 ‘더 빠르게 실패하기’이다.


이 책의 목차를 간단히 살펴보면,

1. 시간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재밌는 일이 있나요?

2. 가능한 더 빨리 시작하고 최대한 더 많이 실패하라

3. 성공의 본질은 무엇인가?

4. 기회의 순간마다 나타나는 저항의 본질에 맞서라

5. 행동을 방해하는 분석적 사고를 넘어서라

6. 호기심이 생기는 흥미로운 일을 시도하라

7.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8.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는 혁신가가 되어라

9. 배경이나 관점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라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가 보인다.




내가 이 책을 읽은 바를 나의 언어로 정리해 본다.


전통적인 커리어 코칭의 접근법은 fit 찾기이다. 개인의 특성과 유전적 요인, 그것에 맞는 환경 또는 직업 찾기, 즉 P-E Fit(Person–Environment Fit, 개인-환경 적합성)을 찾는 과정이 전통적인 커리어 코칭의 접근법이다.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찾듯, 이 '적합성(fit)'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그리고 안정적인 학습을 통해 fit 찾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기존의 공식에 따라 잘 학습하면서 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자신과 환경(직업)을 잘 맞추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급변하는 지금의 시대에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연과 비선형성, 빠른 변화와 전환이 기본 상수가 된 지금은 완벽한 가이드가 있을 수 없다.

가능한 다양한 경험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심이 가면 그냥 해보는 거다. 이 책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분석적 사고를 넘어서 작은 행동을 하나씩 하면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쌓은 경험치를 나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툴이 ‘계획된 우연 이론’이다. 우연히 겪은 일이 내 인생에서 마치 계획된 것이었던 것처럼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성장의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 고2 학생과 커리어 코칭 세션을 진행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학생이었다. 예상컨대 많은 학생들이 느끼는 상황이리라 본다. 그 학생에게 물었다. 수능을 보고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것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당연한 대답이겠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나는 수능과 대입 준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소득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실패를 경험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다. 궁극적으로 성취하고 성공하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겠지만,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실패는 필수일 것이다. 과정의 실패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늦게 대입을 준비하는 20대 청년과 커리어 코칭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 청년은 결과를 받는 것이 두려워서 모의고사 보기를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대입을 바로 준비하지 않았던 이유도 비슷한 이유였다고 했다. 성적을 받아 드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4년째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과의 코칭 세션이 있었다.

이 청년은 완벽하게 준비하고 자신이 바라는 회사, 바라는 직무에 지원하기 위해서 4년째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지원서를 한 번도 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역시 실패가 무서워서 시작을 못하는 케이스이다. 완벽한 성공을 위해 준비만 하는 경우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 배가 만들어진 존재 이유는 아니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작가이자 교수였던 존 A. 셰드(John A. Shedd)가 한 말이다.

맞다. 두려움이 커서, 불안이 커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 이유와 맞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낙관적인 기대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조건 경험하라는 이야기를 20대 청년들에게, 아니 모든 청년들에게 하고 싶다.


‘부모님이 그건 하지 말라시던데요’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부모가 산 시대와 20대가 살아갈 시대는 완전 다른 시대이다. 부모들은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에서 산 것이고, 20대 청년들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부모의 공식이 20대 청년들에게 맞을 가능성은 무척 낮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목소리를 따르라 권하고 싶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해보시라. 그렇게 하다 보면 내가 마치 계획하고 무언가를 하는 것과 같은 시점이 올 것이다.


그렇게 ‘계획된 우연’을 많이 만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성취하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존 크롬볼츠와 라이언 바비노가 쓴 '더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을 권한다.

내 딸 한희에게도, 다른 청년들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