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나에게, 그리고 한희에게 올해는 어땠는지를 서로 물었다.

by 최용

글쓰기가 주는 힘이 있다.

글쓰기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엉킨 생각의 실타래를 풀고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나아갈 길을 닦는 과정이다. 막연한 두려움은 명료한 언어가 되어 사라지고, 그 빈 공간에 새로운 용기가 채워진다. 차분히 정리하고 정돈하는 시간, 흔들리는 나를 다시 단단하게 잡아주는 시간이다. 정리된 나를 다시 채울 공간을 만드는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희와 나의 한해를 써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의 마지막 주말,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의미에서 각자에게 올 한 해는 어땠는지를 서로 써보기로 했다.


[한희의 2025년]

2025년 내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마지막 학기를 끝내주게 즐긴 것이다. 사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에 늘 아쉬움이 있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탓에 시험기간만 되면 여유가 사라졌고, 동시에 레슨 일도 하면서 사회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했을지라도 학교 안에서는 다양한 추억들을 쌓지 못했다. 그러던 중 대학원 진학 준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접수 당시(4학년 1학기) 성적은 대학원 장학금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마음 편히 한 학기를 보내 보았다. 동아리방에서 새벽까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번개로 동기와 밤새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학생회 일도 정말 열심히 참여했다. 무엇보다 예전의 소심한 성격이라면 하지 못했을 축구동아리에 매니저로 들어가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후배들과 친해지고 난생처음 축구 시합도 따라다녀 보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이 정말 행복했고 잘한 선택들인 것 같다. 비록 성적은 엉망진창이었지만 후회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진정한 대학생활을 즐긴 것 같고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추억을 쌓아 행복했다.


반대로 올 한 해를 돌이켜봤을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은 나 자신을 더 챙기지 못한 것이다. 건강을 미리 잘 챙기고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갔어야 했다. 크게 아프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됐다. 귀찮아서 영양제를 챙겨 먹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를 많이 느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상황은 똑같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일상 속에 건강을 챙기는 루틴을 꼭 포함시키려 한다. 나를 조금 더 아끼고 그렇게 더 발전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면으로도 나를 더 사랑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2025년을 되돌아보며 잘한 일과 후회되는 일을 정리해 보았는데 후회되는 일들을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예전에 쓴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워낙 낙천적인 성격인 덕분인 것 같다. 그래서 후회되는 일도 ‘후회’보다는 ‘올해를 보내며 배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1년을 알차게 보낸 것 같고, 미련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아졌다.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차분히 되돌아보면서 다음 2026년은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를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기간을 길게 잡고 1년을 되돌아보며 정리해 보았지만 짧게는 일주일, 하루를 마무리하고 지금과 같이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낸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배운 점을 정리해 두면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년 목표에 일기를 쓰는 것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그렇게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2025년]

2025년은 나의 Second Stage가 본격시작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14년간 수행한 인컴즈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고 회사에서 배려해 준 전환 기간 동안 다음 Stage를 준비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2025년, 준비를 마치고 새로운 무대에 나를 올렸다.


‘유심재’라는 개인코칭공간을 마련하고, ‘HeyCoach’라는 코칭그룹도 만들고, ‘Partners Coaching Lab.’이라는 사업자를 만들어서 기업대상 코칭도 시작하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무대에서의 역할이라 낯설고 어색하지만 새로움이 주는 즐거움과 도전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논문작업도 한창 진행하였다. 하나를 깊이 파는 성향이 아닌 탓에 집중하려고 애써야 해서 쉽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씩 끈기 있게 전진하는 기질을 잘 활용해서 한 마디씩 채워 나가고 있다. 다행히 마음에 드는 주제를 잘 잡은 덕분에 재미있게 작업 중이다. 내년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취미생활을 많이 못했다. 당분간은 소비보다는 투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시간이 최소 3년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시간과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나를 챙기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명상이 그중의 하나이다. 어렵게만 여겨서 시도하지 못했던 명상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신기한 경험을 맛보는 중이다.


정리를 통해 나를 다듬는 시간도 나를 챙기는 방식 중의 하나로 새롭게 시작했다. 다양한 펜과 노트로 나의 하루를, 나의 이슈를, 나의 감정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EF촉 검은 잉크 만년필로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F촉 파란 잉크 만년필로 나의 감정을 살핀다. 1.0의 두꺼운 유성펜으로 논문을 정리한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아니, 정말 정리가 된다.


늘 그렇듯, 새로움은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가져다준다.

새롭게 시작한 무대가 아직 많이 낯설고 어색하다. 이제 시작한 역할이니 서툴고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불안한 감정도 자주 든다. 편하게 재취업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많이 해보게 된다.

그러다 다시 다잡는다.


‘지금까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았으니까,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바라던 것처럼 지금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잖아.’

‘당연히 불안한 시기를 거쳐야 해.’

‘역할이 바뀌는 시기에는 원래 불안한 거잖아.’

등등, 나를 다잡기 위한 자기 진술을 수없이 되뇌는 중이다.


2025년은 그렇게 새롭게 시작한 무대에 오른 초보의 모습으로 지냈다.

타고난 호기심 덕분에 도전은 여전히 즐겁다. 반면, 불안을 핵심감정으로 가진 성격 탓에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 즐거움과 두려움이 오랜만에 함께하는 시기였다. 양쪽 감정이 공존한 25년은 나에게 제법 자극이 되는 시기였다.


이 자극은 2026년에도 이어질 것이다.


하나씩 새롭게 채워가며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가는 멋진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너무 혼자 애쓰지만 말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챙기면서 그렇게 또 한 해를 살아내 보자.


참, 한희와 질문과 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올해 얻은 큰 기쁨 중의 하나이다.

한희야, 내년에도 재밌는 글 같이 많이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