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는 근육이 아니라 배터리다

키우려 하기보다 잘 관리하자.

by 최용

이번 주 질문은 “의지를 훈련으로 키울 수 있을까?”에요.


저는 처음에는 의욕도 크고 계획도 잘 세우지만, 피로가 쌓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같은 목표라도 쉽게 흔들리는 경험을 반복했어요. 그럴 때마다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지는 단순히 훈련으로 단단해지는 능력이라기보다 그때의 감정이나 컨디션 같은 상태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요소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의지는 정말 반복과 노력으로 강화될 수 있는 능력인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심리적 자원에 가까운 것인지 궁금해졌어요. 혹은 의지는 키우는 것보다 관리해야 하는 능력에 더 가까운 개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빠 생각은 어떠신가요?!




어릴 적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가장 흔히 듣던 훈계는 단연 ‘의지’에 관한 것이었다.

"의지가 약해서 못 하는 거야", "마음만 먹으면 안 되는 게 어디 있니?",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살 수 있다"는 말들 말이다. 당시에는 그 말씀들이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 진리처럼 느껴졌고, 나 역시 나약해질 때마다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자신을 채찍질하곤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삶의 수많은 경험을 하며 문득 의문이 들었다. 과연 호랑이에게 물리는 절박한 순간에, 인간의 순수한 의지만으로 냉정하게 정신을 차리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냉정히 말해 그것은 의지의 영역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신체적 본능과 아드레날린의 영역에 더 가깝다.

나는 오랫동안 의지를 '무한히 단련할 수 있는 정신적 근육'으로 오해해 왔다. 근육은 쓸수록 커진다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가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의지의 실체는 오히려 '정해진 용량의 배터리'에 가깝다. 아침에 가득 충전되어 있다가도, 무언가를 결정하고 참아낼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소모되는 유한한 자원인 셈이다.


의지력 연구의 대가인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Baumeister)는 자신의 책 『의지력의 재발견(Willpower)』에서 이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의지력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거나, 유혹을 참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견뎌낼 때마다 소모되는 '심리적 에너지'라는 점이다. 이를 그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 불렀다. 우리가 아침에 세운 원대한 계획이 퇴근 무렵의 피로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결코 내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낮 동안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고, 점심 메뉴를 고르고, 쏟아지는 업무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의 배터리를 이미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바닥난 스마트폰이 켜지지 않는 것을 두고 기계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탓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훈련을 통해 특정 영역의 의지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바우마이스터가 여러 사례를 들어서 설명했듯, 운동이나 학습 등 특정 목표를 위해 반복적으로 의지력을 투입하면 그 분야에서의 자기 절제 능력은 분명히 향상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함정이 있다. 우리 몸의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듯, 한쪽에서 의지력을 과하게 끌어다 쓰면 다른 쪽의 절제력은 반드시 약해지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시험공부에 온 힘을 쏟은 날 유독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거나 평소보다 쉽게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는 현상이 바로 그 증거다. 다이어트하면 짜증이 많아지는 것은 같은 맥락이다. 즉, 의지력의 '총량'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키우는 것은 유전적, 신체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타고난 에너지의 통을 키우려 애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는 '관리의 기술'이다.

한희가 말한 것처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모하게 의지력을 키우려다 정작 중요한 순간에 번아웃(Burn-out)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의지력이 강하다고 자만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의지력이 얼마나 나약한지 인정하고 '의지력을 쓸 일을 최소화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의지로 유혹을 이기려 하기보다 유혹이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간식을 참는 의지를 기를 게 아니라 집에 간식을 사두지 않는 식이다. 또한, 매 순간 결단이 필요하지 않도록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루틴(Routine)'화 해서 자동 모드로 돌려야 한다. 앞선 여러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과 같이, 루틴이 만들어지면 우리 뇌는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고도 몸을 움직인다. 마치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할 때 대단한 의지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의지는 단련해서 정복해야 할 대상이기보다, 소중히 아끼고 보살펴야 할 자원이다.

나 자신 혹은 타인을 향해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하냐"고 자책하거나 비난할 필요도 없다. 흔들리고 지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가진 에너지를 어딘가에서 치열하게 쏟아부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떻게 의지를 더 단단하게 키울까"라는 고단한 질문 대신, "오늘 내가 가진 소중한 에너지를 어디에 가장 먼저 선물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해보자. 그것이 나를 지키면서도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현명한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지력을 좀 더 키우고 싶다면, 체력을 키워볼 것을 제안한다.

어짜피 정신력과 체력은 같은 배터리를 사용하니까 체력을 키워서 배터리 용량을 조금 늘리면 의지력도 조금은 커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일시적인 증가가 아닌 꾸준한 체력증진만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