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하고 훈련하면 나도 가능하다.
지난 글에서 일상에서의 루틴의 힘을 배운 한희가, 긴장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운동선수들의 루틴훈련이 일상에서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를 물어왔다. 그 질문의 답을 아래 글로 해본다.
나의 피코치 중 체육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 한 명 있다.
많은 공을 들여 준비한 실기시험의 성과가 좋지 않아서 원하던 대학입시가 좌절되었다며 코치를 찾아왔다. 공들여 1년을 준비한 입장에서 속상한 그의 마음이 어떨지 미루어 짐작된다. 실기시험이 어땠는지를 물으니, 평상시 실력의 80%도 발휘하지 못했었다고 했다. 긴장이 너무 많이 되었다고 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긴장되게 하였을까?
우리는 간혹 스포츠뉴스에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어이없는 실수를 접하게 된다.
짧은 우승 퍼팅을 놓친 유명 PGA 선수의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평상시라면 100% 가까운 확률로 성공했을 짧은 퍼팅을 놓치고, 이어진 연장전에서 그는 우승을 상대선수에게 내어주었다.
무엇이 그를 실수하게 만들었을까?
우리는 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의식의 작동은 내가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로 우리 인류가 가진 크나큰 강점 중의 하나다. 한편, 의식은 본능과 가치 사이에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자기 조절의 핵심 기제로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훌륭한 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의식은 우리가 불편한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체대입시 실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나의 피코치와 짧은 우승퍼팅을 놓친 유명 골퍼의 사례가 그렇다.
그들 각자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의식이 작동했을까? 세상 고요한 긴장의 순간, 머릿속에서는 마치 전쟁이 난 것처럼 많은 생각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어지러웠을 것이다. 그 생각들은 결국 그들의 행동을 방해를 할 만큼 분주했을 것이다.
꼭 중요한 순간이 아니어도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긴장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긴장은 불안으로 이어진다. 시험 불안, 발표 불안,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 불안 등 우리는 수많은 불안을 긴장 상태에서 경험한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나는 그 답을 ‘나만의 루틴 만들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루틴은 일상에서 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일상을 구조화시켜 주어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주고, 좋은 습관의 시작이 되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루틴의 강화와 반복은 긴장의 순간에 불필요한 의식의 개입을 줄여 불안을 낮추고 긴장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 힘을 우리에게 주기도 한다. 루틴을 통해 우리는 원래 자동화된 수행이 적합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의식의 과잉 개입을 줄이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이를 Daniel Kahneman이 정리한 System 1, System 2의 개념으로 설명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동적이고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System 1과 의식적이고 사고 중심적으로 작동하는 System 2를 함께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보고 급정거를 하며 튀어나오는 생각과 욕설은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System 1의 결과이다. 반면, ‘급한 일이 있나 보다’ 라며 상황을 이성적으로 다듬은 생각은 의식적으로 개입된 System 2가 작동한 것이다.
문제는, System 1이 맡아야 할 수행의 순간에 System 2가 감시자이자 평가자로 과도하게 개입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이 긴장과 긴장으로 인한 불안상황이다. 이렇듯 System 2의 과도한 개입으로 발생하는 긴장과 불안을 줄일 수 있는 훈련으로 '나만의 루틴 만들기'를 제안한다.
긴장 상황에서 필요한 훈련은 의식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의식의 역할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의식이 평가자나 감시자가 아니라 관찰자이자 응원자로 머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과제를 발표하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보통, 발표를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못하면 어쩌지?’, ‘실수하면 어쩌지?’라며 평가한다. 그러지 말고, ‘아, 내가 지금 발표를 하고 있구나’라며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며 응원하는 모드로 의식의 개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보자.
이것은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다.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이 루틴 만들기이다.
특정 상황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고, 그 대응이 자동화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이다. 즉, 준비하고 연습하고 훈련하는 단계에서 최대한 의식을 활용하고, 실행의 순간에는 의식의 과잉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훈련하면 수행순간 몰입을 경험할 수도 있다.
몰입의 상태에 이르면 자기 평가적 의식의 작동은 현저히 줄어들고 수행에 필요한 감각적 의식만 남는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또렷이 기억나지 않는데 박수를 받으며 발표를 마치는 경험,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느낌이 드는 순간이 바로 그렇다.
긴장을 낮추고 불안을 줄여 몰입의 순간에 이르는 것은 운동선수나 특정 훈련을 받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만의 루틴 만들기'를 통해 누구나 훈련하고 도달할 수 있다.
불안을 낮추고 걱정을 줄이기 위해 ‘나만의 루틴 만들기’를 일상에서 적극 활용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