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는 없다

적금을 붓자.

by 최용

라이프 코칭을 하다 보면 간혹 자신의 삶을 ‘reset’ 하고 싶어 하는 클라이언트를 종종 만나게 된다.

현재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갖추고 싶긴 한데, 지난날의 삶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느끼면서, 완전히 새로운 완벽한 자신을 일순간에 갖추기를 희망하는 경우이다. 성취경험보다는 후회경험이 더 많은 자신을 탓하며 후회 없는 완벽한 자신을 꿈꾸며 갖는 욕구이다. 그런 맥락으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새롭게 시작해 보면 잘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클라이언트도 간혹 보게 된다.


새로움에 대한 이 욕구는,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의 시작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다.

Prochaska가 제시한 변화 단계 모형 중에서 숙고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새로움에 대한 욕구를 가짐으로써 변화를 위한 시작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그런데, 나는 이 ‘reset’이라는 단어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reset’이라는 말에는 과거의 맥락을 지우고 단번에 새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담겨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로또’를 떠올리게 된다. 변화는 ‘로또’처럼 한 방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적금’처럼 쌓아가야 하는 것인데 우리는 종종 ‘로또’ 같은 한 순간의 변화를 꿈꾸는 듯하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로 만든 ‘한국이 싫어서’라는 영화를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겪는 일상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한 여주인공 ‘계나’는 뉴질랜드로 떠나 새로운 자신을 만들고자 한다. 낯선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만나는 해방감, 그러면서 충족되는 자율성 욕구가 행복감을 주는 모습을 초반에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외로움과 고립감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변화과정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환경에 의해 변화가 방해받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행동과학 연구들에서 검증되었듯이, 의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의지가 작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변화 성공률을 높인다. 이런 측면에서, 환경을 잘 설계하는 것은 변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가 내가 바라는 변화의 끝과 시작은 아니다.

환경만 바꾼다고 해서 변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상상을 종종 하게 되는 듯하다. 내게 새로운 환경만 주어진다면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로또’ 같은 변화를 꿈꾸게 되는 듯하다.


확언컨데, 변화는 ‘로또’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적금’처럼 조금씩 조금씩 투자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복리효과가 발생하면서 가속도가 붙을 때가 온다. 혹여 가속도가 붙지 않더라도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성장감 체득’의 순간이 온다.


신입사원 때 회사에서 제공하는 금융지식 안내 과정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관계사 금융사들의 상품판매가 주목적이었겠지만 내가 모르던 분야를 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왜 소홀히 했을까라는 후회를 지금은 한다. 특히, 10년 만기 적금, 20년 만기 연금보험을 안내하던 담당자의 이야기가 왜 그리 먼, 나중의 이야기로 들렸을까라는 반성을 하게 된다. 당시의 나는 ‘10년’이라는 시간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살아보니 10년은 의외로 빠르고, 20년은 생각보다 짧다.


변화는 이런 장기 금융상품과 비슷하다.

‘내가 언제 그렇게 바뀌겠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소홀히 하는 경우에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마치 매일 저금통에 백 원짜리 동전 하나 넣듯이 계속 쌓아가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게 10년, 20년이 지나면 나는 내가 목표하는 변화를 만든 사람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커진다.


변화는 우연히 당첨되는 사건이 아니라, 축적되는 과정이다.

아무리 준비가 잘 되어있는 경우일지라도 최소한 수차례 이상의 코칭을 통해 훈련하고 강화하는 꾸준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16년 전, 40대를 맞이하기 전에 몸을 만들어서 프로필 사진을 찍자 마음먹고 실행한 적이 있다.

6개월 목표로 매일 운동했었고, 3개월 동안은 저녁 회식 자리를 피했었고, 1개월은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았었다. 그렇게 겨우 겨우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프로필 사진을 찍었었다.


변화는 이런 것이다.

몸을 만드는 과정처럼, 나의 생활패턴을 바꾸고, 나의 마인드를 변화시키고, 좋은 습관을 갖추기 위해서는 꾸준히, 조금씩 그렇게 만들어 가야 한다.


‘로또’는 없다.

‘reset’을 꿈꾸기보다는 어제보다 1% 나아진 오늘을 반복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적금을 붓듯, 작지만 꾸준한 투자만이 변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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