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4년째 준비 중인 한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채우며 구직 준비에 매진하고 있었다.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려 많은 학원을 다녔고, 이른바 '스펙'을 쌓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단 한 번도 입사 지원서를 넣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스스로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판단될 때 지원할 거라며, 자기소개서조차 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코치인 나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점 기반의 작성법을 알려준 후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지만, 그는 단 한 줄도 써오지 못했다. 자신을 소개할 만한 것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서 쓸 말이 없다는 것이 그의 이유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지난 대학 시절의 활동과 공부, 그리고 졸업 후 4년간 학습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나갔다. 흩어져 있던 그의 경험치를 수집해 경력으로 정리해 보니, 무려 A4 용지 3장에 달하는 자기소개서가 완성되었다. 코치가 정리한 자신의 소개서를 받아 든 클라이언트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정말 저예요?”
코치의 눈에 그는 이미 수많은 경험을 가진 준비된 인재였다. 배우고 익히며 갖춘 내공이 상당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자신이 이룬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정말 이룬 것이 없는 것일까?
물론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경험은 가치 있는 경력이다. 하지만 과정에서 얻은 경험치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는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결과를 만든 적이 없으면 경험조차 하지 않았다고 단정 짓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매 순간 경험하고 있다. 설령 하루 종일 숏츠만 보다가 후회하는 순간에도, 나는 나의 ‘후회’를 경험하는 중이다. 그 후회 속에서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배움을 얻었다면, 그것 역시 가치 있는 경험이 된다. 즉, 모든 경험은 내가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의 경력이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스로 만들어낸 경험의 가치를 잘 모를 때가 많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대개 주관적이며, 그 주관적 평가는 보통 실제보다 낮게 책정된다. 나르시시스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저평가하기 마련이다. 이는 아마 교육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100점을 받지 못하면 늘 부족한 사람이라 느끼게 만드는 환경, 그 부족함을 메워야만 비로소 완성된다고 가르치는 시스템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장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은 스스로를 탐색할 때 자꾸만 '약점'의 관점에서 자신을 판단하게 만든다.
우리가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자기 효능감을 찾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앞서 말한 클라이언트는 코치가 정리해 준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효능감이 차올랐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무엇보다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나를 잘 모르겠다고 느낀다면 주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곁에는 늘 내가 무엇을 하든 잘한다며 격려해 주는 이들이 있다. 부모님일 수도, 연인이나 친구일 수도 있다. 그들에게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확인하자. 타인의 시선을 빌려 객관화된 나의 강점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자기소개서를 만들어가야 한다.
늘 배움의 과정에만 머물렀던 나의 클라이언트는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쓸 말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기억하자. 자기소개서는 ‘자기성공소개서’가 아니라 ‘자기경험소개서’다. 내가 한 경험을 나만의 유일한 경력으로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가다듬자.
나를 먼저 챙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