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어떤 엄마의 첫 번째 다짐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다. 갑자기.
첫째가 22개월 때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와 블록놀이를 하며 놀고 있던 평화로운 저녁, 급작스러운 출혈과 함께 시작된 진통, 그리고 출산.
임신 30주+6일.
예상치 못했던 조산 징조로 첫째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나는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그것은 두고두고 첫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같이 즐겁게 놀고 있던 엄마가 피를 흘리고 병원에 실려가더니, 갑자기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기억.
첫째는 그날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날 이후
난 첫째에게 정말 최선을 다했다.
내가 사람으로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았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동생을 사랑했고,
인큐베이터에 오랜 시간 있어야 했던 둘째도
우리 집에 잘 적응했다.
모든 것이 완성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의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우리의 가계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고마운 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당연한(당연하다 여겼던) 엄마의 마음은 아이를 위한(?) 소비로 이어졌다.
유명한 아동복 브랜드에 들어가서
옷 몇 벌을 고르고 있는데,
우리 엄마뻘 되시는 점원 분께서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아휴, 엄마가 예쁜 옷을 많이 사줘서 좋겠네, 저는 예전에 우리 아이가 자랄 때 옷을 많이 못 사줬어요. 내복도 한두 벌 가지고 입히고, 외출복도 한두 벌 있었지. 요즘엔 엄마들이 애들을 얼마나 모델처럼 키우는지 몰라요. 다들 너무 예뻐. 그래도 매일 밤마다 새 옷처럼 다려줬어요. 전날 입었던 옷, 손으로 깨끗이 손빨래하고 잘 다려서 다음 날 입도록 걸어놓고.... 그게 습관이 돼서 아직도 애들 옷을 매일 다림질하며 살아요."
싱긋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그분을 보는데
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이를 위해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소비들이 사실 나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함이었음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엄마의 다림질
생각해보면
내가 그렇게 키워졌다.
우리 엄마는 날 그렇게 키웠다.
옷이 많진 않았지만
내 옷은 항상 깨끗했고, 빳빳했다.
엄마는 손빨래를 하셨고, 항상 다림질을 하셨다.
지금 친정엔 스타일러도 있고, 지척에 세탁소가 몇 군데나있지만 엄마는 아직도 다림질을 하신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를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부족했던 것은 없었을까?
정성.
너무나 당연한 단어.
돈을 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 '정성'이란 불변의 진리가 아이를 키워내는 힘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엄마인 나.
그리고 나의 엄마.
엄마의 엄마.
엄마의 엄마의 엄마.
아마득한 어떤 엄마부터 쭉 내려온 변하지 않는 마음.
아니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난 그날부터
잘 보이진 않아도
변하지 않는 것들.
변하지 않는 육아의 진리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엄마가 처음이라는 것 또한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에 나는 여전히 실수를 하고, 부족하고, 미안한 초보 엄마지만 이 세상의 어머니들, 그들의 좋은 마음들을 떠올리며 아이들을 키우기로 했다.
아이들은 이제 7세, 5세가 되었고,
우리는 지금 괌에 있다.
그리고 난 잔잔한 바다와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