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 오시면 꼭 드라이브하세요.
두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사립이라 스쿨버스가 따로 없어서 부모가 등하교를 시켜주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 집의 경우엔 첫째와 둘째가 다른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나는 길거리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야 했다. 처음 괌에 왔을 땐 거제도만 한 이 작은 섬에서 오후에만 두세 시간을 길 위에 흘려보내는 것은 벌 받는라 운동장을 뺑뺑이 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내 오후 시간의 반 이상 차지하는 이 시간을 더 이상 불편해할 수 없었다. 불평은 이민생활 초기적응러에게 제일 나쁜 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그 시간을 사랑하기로 했다. 오디오북이나 평소에 좋아하던 육아전문가들의 오디오 클립을 듣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그 시간들이 나에게 조금씩 '의미 있는' 일과가 되어가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떤 것을 보았을 때 기분이 좋은지, 어떤 것이 나에게 감동을 주는지 운전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하늘을 참 좋아한다. 그동안 내가 여행했던 곳들을 떠올리면 나는 어디를 가든지 하늘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그 느낌을 사랑했던 것 같다. 에펠탑보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하늘이 좋았고, 레이크 루이스 호수보다 호수에 비친 앨버타의 하늘이 더 좋았다. 괌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시야의 반이 하늘이다. 꼭 하나님이 괌에 특별히 하늘의 지분을 더 많이 주신 듯이... 맑고 청량한 하늘에 말랑말랑한 구름이 박혀있으면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한바탕 소나기가 내리고 갠 하늘, 대기가 불안정할 때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하늘의 빛깔은 무척 다채롭다. 그런 하늘을 보면 누가 나의 등을 쓸어내리며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토닥여주는 느낌이 든다. 하늘이 물기를 머금은 것 같은 날이 있는데 그런 날은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설렘이 내 마음속에 일렁였다. 그렇게 괌의 예쁘고 맑은 하늘은 내가 괌에 사는 이유가 되어갔다.
어디서나 고개만 들면 하늘을 만날 수 있지만, 하늘과 함께 움직이는 느낌을 위해 괌에서의 운전을 추천한다. 괌에 놀러 오는 지인들이 렌터카가 필수냐고 자주 물어온다. 난 단 하루라도 꼭 빌리는 것을 추천한다. 하늘과 함께 달리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니까.
신호등이 없어도 좌회전, 유턴이 가능한 가운데 노란색 중앙차선.
스쿨버스를 만나면 반대편 방향이라도 무조건 정지하기. (스쿨버스에 달려있는 STOP사인이 접힐 때까지)
속도 잘 지키기. (시내 도로 40km, 외곽도로 최대 속도 60km 정도)
위의 세 가지만 염두에 두면 초보운전자에게도 괌의 모든 길과 하늘은 열려있다.
차를 렌트하셨나요?
저의 (사심 가득) 추천코스는
낮엔 Marine corps dr. (마린 드라이브) 남쪽 방향으로 내가 가고 싶은 만큼 달리다가,
느지막한 오후에 아갓냐 시내를 드라이브하고,
(아갓냐 성당 근처 *마이티퍼플에서 아사이볼을 사 먹고)
산타 아규에다 요새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코스입니다.
어린 시절, 자동차 뒷좌석에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자꾸만 우리를 따라오던 달이 있었다.
"아빠, 왜 달이 자꾸 따라와요?"
원근감 때문이라는 대답 대신에 아빠는 이렇게 말했다.
"다희가 예뻐서 달이 우리 집까지 따라오나 보다."
어느 날 둘째가 내게 말했다.
"엄마, 자꾸 구름이 우리를 쫓아와!"
"우리 지유가 너무 예뻐서 구름이 우리를 쫓아오나 보다."
아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 구름은 눈이 없는데 어떻게 내가 예쁜지 안 예쁜지 알겠어~~~ 엄마가 나를 예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하늘아. 요즘 애들 참 빠르다! 그치?
코로나 상황이 좋아져서 다시 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 나의 드라이빙 시간!
*mighty purple cafe 마이티퍼플
(개인적으로) 하와이의 아일랜드빈티지커피 아사이볼보다 쪼끔 더 맛있는 아사이볼을 팝니다. 하지만 이곳엔 하와이의 맛있는 (코나) 커피가 없네요. 가능하면 아이들과 이곳저곳 많이 다니고 싶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