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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데이팔팔 Jul 25. 2023

결혼의 조건

모태솔로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

필명에서 알 수 있듯 나는 88년생이다. 결혼 4년 차가 된다. 대단히 자랑할 일은 아니기 때문에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아니고는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나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는 모태솔로였다.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한 것이 18년도였으니 30세까지 남성과의 관계가 전무했다는 이야기이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자면,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썸은 탔으나 연애로 이어지지 않는 관계들이 두어 번 있었고 사는 동안 어떠한 성접촉이 없었다 정도로 설명을 하겠다. 남자랑은 손도 잡아본 적 없는, 말 그대로 모태솔로였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여중-여고-인문대로 이어지는 기나긴 여탕생활도 한몫했으리라고 보지만, 사회인이 되고 난 후에도 오랜 기간 혼자였던 것은 또 다른 나의 가정사 때문인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겠다.


나이 서른이 되도록 모태솔로였다는 것은 내가 자발적으로 싱글의 삶을 추구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연애를 포기한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남성을 찾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니까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도무지 내가 정을 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상형이 뭐냐는 질문에 답은 항상 같았다. 느낌이 오는 사람. 듣는 모두가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곤 했다. 친구들은 나더러 외모지상주의니 어쩌니 하며 눈이 높아서라고 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는 늘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만 목을 맸던 게 아닌가 싶다. 왜냐고? 그들은 나를 몰라봤으니까. 호호호.


그런 내가 지금 4년 차 기혼 여성이 되어 이 글을 쓰는 것, 바로 결혼의 조건이 무엇이었느냐?

외모다. 그래, 나는 친구들의 말대로 외모지상주의가 맞았던 것이다.


백 퍼센트 외모만으로 남편과의 연애를 결정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외모가 1차 면접의 합격 요인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남편의 장점을 말하라면 종이가 빽빽하게 써 내려갈 수 있는데, 그런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1차적으로 남편이 내 스타일로 잘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남편의 무수한 장점들을 알기도 전에 이미 카톡차단을 하고, 관계라는 게 정립되기도 전에 이미 정리를 했을 거니까.


또 하나의 조건, 우리가 '서로에게 느낌이 왔기'때문이다. 남편이 아무리 미남이어도, 그가 나를 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사랑에 빠질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이 '느낌'은 다시 말하자면 남편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므로, 역시 외모가 가장 큰 조건임이 명백하다.  


어쨌거나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 나는 기나긴 모태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남들 다 하는 연애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외모만 내 스타일인 줄 알았던 그가 사실 성격까지 나와 딱 맞는 내 반쪽이었을 줄이야. 태어나서 처음 해 본 뽑기에서 가장 좋은 경품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인 일이다. 그리고 이런 남편을 만난 일은 내 인생에서 여전히 가장 큰 이벤트이고, 가장 큰 행운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것. 그리고 생이 다 할 때까지 함께할 동반자를 찾는 일. 이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모태솔로였으며 동시에 이혼가정에서 자란 나는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는 내 남편이 더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지금 마음이 퇴색되지 않도록 이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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