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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데이팔팔 Jul 25. 2023

무자녀 상팔자?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딩크선언

결혼 4년 차의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다.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가지려고 노력한 적도 있으나 생각처럼 쉽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노력을 했던 이유는, 정말로 2세가 갖고 싶고 2세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들 한 명 정도는 가지던데, 우리 둘이 살면 나중에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아이 자체를 원했다기보다 아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노력 끝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도 크게 실망스럽지 않았다. 우리 둘은 이대로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이 정도의 행복만으로 사는 것에 큰 불만이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이가 생김으로 해서 따라오는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굳이 견디고 싶지 않기도 했다. 사실 이 이유가 우리의 비출산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도 한데,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길러내는 모든 과정에서 부모의 희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공무원 부부다. 운이 좋아 40평대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우리 둘의 수입으로는 큰 모자람이 없으나 우리의 자녀도 이렇게 살게끔 해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둘의 수입으로 둘이 사는 건 충분히 행복하지만 자녀에게까지 안정적인 삶을 제공해 줄 자신이 없다. 우리 둘의 지출을 줄이면 가능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삶을 살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아이를 단순히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나. 가정에서 독립 후 사회에서 제 역할을 잘할 수 있게 계도하는 것까지가 부모의 몫이라고 볼 때 그 과정에 쉽게 뛰어들 용기가 여전히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우리를 보고 이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로 이기적인 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아이를 낳아서 그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일이 아닐까? 그리고 혹자는 이렇게도 조언한다. '진짜 행복'을 몰라서 그런다고. 아이가 주는 행복은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그러면 나는 그저 웃어넘기는데,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네, 그 행복 몰라도 됩니다.' 내가 아는 맛의 행복이라면 서운하겠지만, 처음부터 몰랐던 영역의 행복이라 크게 와닿지 않는 달까.


이러한 이유로 남편과 나는 평일 퇴근 후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취침 전까지 각자의 취미를 즐기고,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며 앞으로도 이렇게 지내도 괜찮을 시간을 살고 있다. 무자식을 이유로 외로운 노후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둘은 사는 동안 서로 더욱 사랑해야 할 것이고, 늙어서 케어해 줄 자녀가 없을 것을 대비해 언제나 건강을 세밀하게 체크해야 할 것이며, 우리의 노후자금은 오로지 우리의 수입에만 달려있을 것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며 노후 대비 또한 보다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무자녀 노년기의 위기가 닥쳐도 당황하지 않아야 하겠지. 그리고 평생 해소할 수 없는 궁금증을 갖고 살아야 한다. 나와 남편을 반씩 닮았을 2세의 얼굴 말이다. 사는 동안 우리의 생물학적 DNA로 연결된 자녀는 만날 수 없겠지만, 그로 인해 남는 사랑은 더욱 서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쏟으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무자녀 상팔자라는 말이 진실로 맞는 말인지 탐구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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