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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Dec 05. 2024

살아보는 여행 종착지. 빛의 도시 리옹에 도착하다

가장 그리운 도시 

빛의 도시 리옹에 도착하다


1년의 생활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밑그림은 단순했다. 살아보고 싶은 나라에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한 달 이상 머물며 현지인과 교류하고 그 문화를 경험하는 것. 

그 그림을 바탕으로 영국, 스페인, 프랑스에서 각각 어학원을 등록했고, 막막하면서도 모든 것이 모험이었던 일 년의 시간이 기적처럼 흘러 마침내 마지막 목적지인 프랑스 리옹에 도착했다.


처음엔 에펠탑이 창밖으로 보이는 파리의 옥탑방에서 살겠다는 야무진 꿈을 꿨다. 하지만 방값이 두 배나 

비싼 현실을 마주하고, 파리를 대신할 차선책으로 리옹을 선택했다. 

리옹은 프랑스에서 마르세유와 두 번째로 큰 도시를 다투는 곳으로, 숀강과 론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빛의 축제(La Fête des Lumières)로도 유명하며, 어린 왕자를 쓴 생떽쥐베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정보를 미리 알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두 번째로 큰 도시라니 생활이 편할 것 같았고, 

파리까지 고속열차 TGV로 한 번에 갈 수 있어 여행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리옹 어학원 Aliance Française에 등록한 학생은 28세 미만일 경우 15년 전 기준, 한 달에 약 169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학 기숙사의 싱글룸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생활여행을 하면서 나에게 일어났던 여러 가지 기적 중 하나는 바로 이 여행 루트였다. 모로코 여행이 끝난 후 한 달 동안 유럽을 여행했는데, 이 여행의 목적은 유럽의 여러 도시를 구경하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런던 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재회가 주된 이유였다.

가난한 여행자였던 나는 기꺼이 “우리 집에 와서 지내!”라고 말해준 친구들이 사는 곳 위주로 루트를 짰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여정은 정말 우연처럼 리옹으로 가기에 딱 맞는 경로가 되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도시들은 모두 철도망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이 있는 곳을 따라 정한 루트가 알고 보니 다음 생활여행 목적지인 리옹으로 가기에 완벽한 경유지들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야 하는데 중간에 들를 친구 집이 천안, 대전, 대구에 있었던 셈.


그리고 또 하나의 기적이 있었다. 바로 친구 소피. 


리옹으로 떠나기 한 달 전, 런던에서 친하게 지냈던 소피에게 뜻밖의 연락이 왔다. 


"나 리옹에 있는 대학원에 가게 됐어!"


소피는 런던에서 알게 된 프랑스 친구였다. 

허공에서 사라지는 약속이 무수한 런던에서 소피는 '다음에 만나'라고 하지 않고 언제 만날지를 꼭 정하는 

친구였다. 사람들이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를 물어보면, 그녀는 '런던처럼 크고 화려한 도시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는 의외로 쉽지 않아.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놓치지 말아야 해'라고 말했고, 소피의 그 말은 크고 화려하고 외로운 런던에 있던 나에게 큰 위로였다. 


그런 소피가 리옹으로 대학원을 오게 되었다니! 


이게 초행자의 행운인지, 처음부터 이 여행이 정해져 있었던 건지, 아니면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붙이기 좋아하는 나의 호들갑인지 모르겠다. 

아무렴 어때, 이런 감사한 우연들 덕분에 나는 내가 하는 여행에 대한 확신을 점점 더 가질 수 있었다.


취리히에서 제네바를 거쳐 TGV를 타고 드디어 리옹에 도착했다. 또다시 언어가 바뀌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제3외국어로 잠시 배웠던 프랑스어. 

이제 새로운 언어를 머릿속에 다시 채워 넣을 시간이다.



리옹,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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