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새로운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1)

미드라이프 재설정 가이드

by heyday


50이 되고서 여러모로 예전과 다른 나 자신에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50 이전부터 징조는 있었다.


길을 가다가 계단도 아니고, 담도 아닌 어중간한 단차가 있는 곳 앞에 멈춰 선 적이 있었다.

계단 내려가듯이 내려간다 하기엔 높고, 점프라고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그런 높이. 한 60cm 정도?

예전(표현하면서도 정확하게 얼마나 이전을 얘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내 인생에 이게 나를 멈춰 세운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니까) 같으면 발끝으로 툭 차고 뛰어내렸을 높이.

그런데 몸이 갑자기 멈췄다.

정확히는 머릿속에서 각종 신경과 감각들이 회의를 하는 듯했다.

'두 발을 지표면에서 띄워서 뛰어내려야 해'

'아니야, 아니야. 이 정도 높이라면 조금은 무리라도 한 발씩 내려가면 될 것 같은데?'

'아니지, 뒤뚱거리기라도 하면 완전 모양 빠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어'

'그럼 뛰어? 그리 높은 높이도 아니니까 어렵지 않을 거야. 무릎! 준비됐어?'

'잠깐만, 잠깐마. 예전에는 어떻게 했었지? 데이터 없어?'


몸이 단차가 나는 그곳 앞에 멈춰 섰고, 그 사이 머리는 데이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지체하는 것 자체가 일행들에게 그릇된 인상을 남길 리스크(Risk)가 너무 크다.

'가자. 뒤에서 보고 있다. 읏싸!'


뛴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전혀 데이터에 없던 움직임.

머리는 착지까지의 정확한 착지 소요시간을 계산해내지 못했다.

무릎은 정확하게 충격을 계산해내지 못했고,

아차! 발목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발목도 써야 하는 관절이었다는 것을.


penguine.jpg 출처. 뉴스펭귄


뒤뚱? 여하튼 발과 몸이 단차가 있는 아래에 닿는 순간 어색하게 휘청거렸다. 펭귄처럼.

거리계산, 관절 사용 기본계획, 타이밍 계산 모두 조금씩 오류가 난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 몸의 위치와 각도, 운동 에너지, 낙하 속도 등의 자동계산을 담당해야했던 고유수용감각에 순간적으로 버그가 난 것이다.

충격은 내 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순간 내 삶도 휘청했다.

'아, 예전처럼 안되는구나!'

'방금, 노인 같았잖아!'

'언제 이렇게 망가졌지?'


음, 여러모로 다시 자기 객관화 업데이트가 필요함을 느꼈다. 안건은 역시 Aging. 나이 듦이었다.

(노화라는 단어는 아직 받아들이기가 너무 이른 것 같고, 또 나이 듦의 결과적 현상이라서 쓰기가 꺼려진다. 대신 과정을 말하는 나이 듦, Aging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나는 망가진 게 아니라 변화한 것이다.

그 변화를 빨리, 건강한 방식으로 받아들일수록 노화는 늦어지거나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노화에 대해 한계를 짓는 차별적 표현과 자기 검열을 삼가줘. 못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이 필요한 거야.'

얼마 전 AI 에이전트를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메모리와 지침을 주듯이, 이렇게 나 스스로 인식을 업데이트하고 지침을 정리했다.


제목과 서두에 50대라고는 했지만, 사실 내가 말하는 50이란 40대 중후반부터 60 초반까지를 일컫는다고 봐줬으면 좋겠다. 경제, 사회, 관계, 정체성, 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겪게 되는 인생 대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액티브 실버니, 뉴실버니, WAVY니, YOLO니 하는 분류가 있지만 인생전환기를 맞이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편의상 50, 50대, 미드라이프(Mid-life) 등 느슨하게 통칭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