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화가가 되고 싶어!
"남동생이 태어났단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구나.
딸아, 너도 좋지?"
언니는 자라고 자라 공부 잘하고 예쁜 아이가 되었고,
남동생은 자라고 자라 공부 잘하고 착한 아이가 되었어요.
나는 자라고 자라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아이가 되었고요.
마음대로 사는 아이니까, 참 걱정된다고요?
걱정 마세요.
내 마음은 그리 고약한 녀석이 아니니까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마음이 바라는 대로 살 수 없어요.
마음이 아무리 바라도 화가가 되기 위해 미술을 공부할 수 없어요.
마음이 아무리 바라도 지긋지긋한 회사를 그만둘 수 없어요.
딸아이는 자라고 또 자랐고,
집은 커지고 또 커졌어요.
그런데 이상해요.
왜 나는 그대로죠?
아니 왜 나는 점점 작아지고 또 작아지는 거죠?
작은 점이 되어
이대로 사라지고 말 것 같아.
'왜 나는 엄마처럼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사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그리고 답은 찾았습니다.
엄마들에게는 남을 보살피고 싶은 사랑이 있었습니다.
윤석남은 자기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엄마들은 그 사랑으로 자식을 보살핀다면, 자기는 자식뿐 아니라 온 세상을 보살피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바로 그림으로요.
윤석남은 무엇보다 그림으로 수많은 여자들을 보살피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