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잠재우는 법

: 호랑이가 산다

by 윌버와 샬롯

아들이 변했다. 풀어놓은 수학을 채점하고 진도를 관리해 주던 엄마 일을 아들은 이제 혼자 하겠다고 선언했다. 학원을 그만둔 후 엄마는 여러 채널을 통해 효율적인 커리큘럼을 짜서 아이와 진행했었다. 아이는 투덜거리긴 해도 수월히 한 편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아들의 선언. 중간고사가 끝나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려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한데 좀 당황스러웠다.


지금까지 했던 패턴대로 아이가 스스로 잘 한다면 걱정을 놓겠지만 엄마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짜놓은 학습 계획은 미덥지 않았다. 성실했던 아이의 예전 모습은 좀 느슨해진 것처럼 보였다. 잘 되고 있는 건지 아이에게 물어보면 잘 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엄마는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아이를 영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여태 쌓아 놓은 공든 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다. 잘못된 습관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


글자 여럿이 모이면 말다툼을 시작한다.
글자는 결코 착하지 않다.
엄마 안에 호랑이가 산다.


공부할 때 바른 자세로 앉아 있지 않는 것, 이상한 구도로 글씨를 쓰고 있는 모양새, 공부한다면서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 한낮인데도 침대에서 늘어져 있는 모습, 책상 아래 떨어뜨려 줍지도 않고 흐트러져 있는 필기도구, 마구잡이로 어지럽게 쌓아 놓인 책상 위 책, 세탁기에 들어가야 할 너저분한 옷,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여러 용도의 가방,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쓸데없는 물건, 방바닥에 대책 없이 버려진 지우개 가루. 아이 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나도 그 나이 때 그랬을까.


나는 호랑이에게 다가가 꼬옥 안았다.


글자 공부가 아직은 재미없는 그림책 속 아이는 화난 엄마에게 까치발 듣고 먼저 다가간다. 엄마 허리를 꼭 감싸 안은 뒷모습은 그 간의 긴장을 사르르 녹게 한다. 우리 아이에게도 그런 애교가 있었더라면 우리 집 호랑이도 금방 꼬리를 내릴 텐데.


아이에 대한 걱정이 절정에 달할 때 친한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녀는 말했다.


잘 크고 있는 거야.
괜찮을 거야.
기다려 봐.


마음 한구석에서 크게 자리 잡고 있던 호랑이 한 마리가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엄마는 안다. 언제든 다시 기지개를 켜고 호랑이가 어흥 하고 일어날 것이라는 걸. 아이는 자란다. 그리고 엄마는 그렇게 숨죽이는 호랑이 한 마리를 마음속에 키우며 산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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