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관한 글, 패러디

: 나는 너무 평범해

by 윌버와 샬롯
선생님이 '나에 관한 글'을 써 오라는 숙제를 내 주셨다.
나는 너무 평범하다.


나는 너무 평범하다. 특별하게 잘하는 건 없지만 좋아해서 꾸준히 하는 나만의 몇 가지 취미가 있기는 하다. 누구 엄마처럼 여러 사람과 다양하게 교우하지는 못하지만 소수의 사람과 오래도록 친분을 깊이 맺는다. 운동은 못하지만 야구, 테니스,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를 관전할 때면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응원할 줄 안다. 시험을 못 봐 원하는 학교로 진학은 못했지만 인생의 첫 쓴맛은 삶의 깊이를 알게 해 준 첫 경험이 돼주었다. 잘 치지는 못하지만 피아노를 배웠기에 음악을 듣고 즐길 줄 아는 귀를 얻게 되었다.


나만 빼고 모두 특별해 보인다.
일어나서 책을 읽을 때 나는 항상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거린다.


텔레비전 속에도 특별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좋아하는 여자 배우가 있다. 같은 여자로서 동경했다.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던 그녀도 엄마로서 자식 문제에서는 힘들었다고 토로하는 어느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부모라는 무게는 누구에게나 비슷한가 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원하든 원하지 않던 비교 대상이 되곤 한다. 태어나자마자 몸무게가 어떻고, 뒤집기, 첫걸음, 기저귀 떼기, 말하기, 한글 떼기 등 몇 개월 때 그 일을 완수했는지 초보 엄마들에게는 큰 화젯거리다. 좀 빨랐으면 특별한 사람인가 호들갑이고 조금만 늦어도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지상 최대의 걱정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제 와서 보니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며 자랑스러웠던 것도 걱정했던 것도 이제는 기억이 희미해진 해프닝에 불과하다.


비단 그게 어릴 때만의 문제일까. 사회적 동물이라 그런지 인간은 어른이 되어서도 은연중에 보이지 않는 서로 간의 비교는 평생을 이끌기도 한다. 세상에는 어쩌면 그렇게 잘 난 사람이 많기도 한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많은 벽들을 하나씩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며 사느냐, 평생 남의 그림자 밑에서 스스로를 낮추고 가두며 사느냐.


인간은 미련스럽게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을 가지고 있다. 특별하면 평범하기를, 평범하면 특별하기를.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볼지 인식의 문제 같다. 당신은 어떤가. 남이 부럽기만 한가 아니면 나는 좀 낫다고 보는가. 살아가는 데 그나마 편한 방법은 후자가 아닐까. 살면서 약간의 자만심을 장착하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못난 얼굴은 아니야. 이 정도는 봐줄 만 해. 나는 좀 다른 사람이랑 달라. 괜찮아. 그러니 난 잘 될 거야.'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되뇌며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본 것 같다. 스스로 씌운 콩깍지. 그런 마음이 조금은 움츠려 들었던 어깨를 펴게 했고 나를 지키게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보니 또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다. 자기에 대한 긍정은 표정을 밝게 하고 마음에도 탄탄한 근육을 생기게 한다.


바닷가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 주며 신나게 놀기. 할머니 밥 맛있게 먹기. 강아지 다정하게 챙기기. 하늘의 별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비 오는 풍경을 귀로 눈으로 촉감으로 느끼기. 이것들은 모두 그림책 속 평범한 아이 그린이를 특별하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따스한 감성을 가진 그린이는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분명 어느 사람들에게는 그린이가 좋아하는 슈퍼 히어로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