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명이 내게 '퐁'을 보냈다

: 핑!

by 윌버와 샬롯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그렇잖아도 기획한 책방 프로그램이 꽤 된다. 꾸준히 올라오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보고 사람들은 책방에서 무척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대개 책방은 고요하다. 프로그램 신청자가 없어 그냥 아무 날이 아니었던 것처럼 슬며시 지나가는 날이 허다하다. 파리만 날린다는 그 흔한 말을 책방을 시작하면서 온몸으로 체득했다. 어디서 들어왔는지 윙윙거리는 한 마리의 왕파리. 대차게 책방을 휘젓고 날아다니는 녀석을 보노라면 파리만 날린다는 그 말만큼 이곳에 딱 어울리는 말이 없는 것도 같아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신청자가 다수 있을 때도 있지만 단 한 명만 신청해서 둘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때도 있다. 단 한 사람. 그 사람은 어떻게 해서 이 자그마한 책방에 오게 됐을까. 그 한 사람은 책방이 어떤 곳일지 책방지기는 또 어떠한 사람일지 궁금해서 아마도 프로그램을 신청했을 것이다. 낯선 곳 낯선 사람을 만나러 수고롭게 신청서를 작성하고 참여비를 입금한 사람이다. 작은 책방 문을 혼자서 처음으로 두드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그 어려운 것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오겠다는 사람이다. 그러니 한 명만 신청했다고 해서 마다할 수가 없다. 내게 보낸 그 한 사람의 '핑'을 난 기꺼운 마음으로 '퐁'하고 받는다.


신청자가 없어도 혹시나 다음 달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새 달이 오면 어김없이 공지를 올린다. 마치 기우제를 지내듯 비가 올 때까지, 신청자가 생길 때까지, 그렇게 계속 '핑'을 보낸다.


요즘 그에 대한 응답인 '퐁'을 받고 있는 걸까. 공모사업도 매번 떨어지다가 하반기에 두 개가 선정되었다. 출판사는 가끔 신간 소개를 부탁하며 책을 보내준다. 책방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해보고 싶다고 작가가 직접 북토크를 제안한다. 잡지사에서 책방 소개를 써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는다. 책방을 경영하는 책방지기로서의 얘기를 듣고 싶다며 강연 의뢰가 들어온다. 여러 그림책 활동가로부터 협업을 제안을 받기도 한다.


내년에 책방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에 갑자기 여기저기서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으니 정신이 없다. 전환점을 맞이하는 것일까 하고 기분이 살짝 업되기도 했지만 일희일비하지 말자며 마음을 단속하기도 한다. 좋게 봐줘서 고맙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그 모든 일들을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쌓아놓은 숙제를 하나씩 하나씩 해치우듯 요즘 바삐 지내고 있다.


여러 생각이 든다. 외부적인 일로 본연의 책방 일에는 소홀해진 건 아닌지. 이벤트적인 일련의 일들이 장기적으로 책방 경영에 도움이 될는지. 허우대만 번지르르한 속 빈 강정이 되는 건 아닐지. '핑'을 보낸 사람들이 기대했던 만큼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해 실망하면 어떨지.


모든 게 상상한 대로라면 좋겠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더라도
실망하거나 움츠러들 필요는 없어요.

'퐁'은 친구의 몫이니까요.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 '퐁'은 그들의 몫이다. 나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이후 상황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뿐이다.


'하고 싶은 거 다해'는 올해 나의 캐치프레이즈다. '이거 하면 재밌을 거 같은데.' 오래전부터 머릿속에서 그렸었던 책방 일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내 '핑'을 받아주지 않더라도 올해는 계속 시도해볼 생각이다. 나의 '생각, 마음, 꿈'을 온 마음을 다해 실천한다. 그리고 '숨을 크게 쉬고, 열린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책방지기님,
시 낭독 프로그램은 어떤 거예요?
지금 신청해도 돼요?


새로운 '퐁'이 도착했다. '자유롭게, 용감하게, 현명하게' 이제 한번 또 신나게 같이 놀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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