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업 후 남은 잔돈
서점을 정리하니 잔돈도 가득했다.
서점을 준비하며 은행에서 백 원, 오백 원, 천 원짜리를 골고루 바꿨다. 잔돈이 얼마큼 필요할지 전혀 몰랐지만 그 작은 준비마저 찰랑찰랑 설렜던 기억이 어렴풋 난다.
책방에서 남은 동전,
집에서 모아놓던 잔돈,
"얘들아, 너희 무거운 돼지저금통 동전들을 지폐로 바꿔줄까?"
매사 시큰둥한 아이들은 어느새 돼지 한 마리씩 들고 동굴에서 나온다. 한치의 손해도 볼 수 없다는 듯 동전을 세심히 세어 쿨하게 정산해 지폐를 받아 들고 이내 사라진다.
아이들 것까지 보태어 동전을 10 단위로 세며 남편에게 묻는다.
"이 중에 희귀 동전이 있을까?"
혹여, 아뿔싸 서프라이즈에 나올 법한 실수를 범할지도 모르니 희귀 동전이 탄생한 연도까지 노안으로 쫓는다.
훗, 그런 행운이 있을 리 없지. 이번 생에서 내게 돈이란 노동의 대가로서만 주어졌으니.
더 이상 실물의 이것들을 쓰지 않는 이 세상에서 돈에 대해 생각한다. 짤랑짤랑 무거운 이 모든 동전들을 다시 계좌 속 숫자로 치환하며 가벼워진 지갑만큼이나 마음도 좀 그렇게 돈에 대해 미래에 대해 가뿐해지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