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뒷바라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다. 요리를 열심히 하기 시작한 게… 요즘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육아휴직을 제법 쓰는 추세인데, 10년 전에는 드물었다.
회사를 관둘 수는 없고 대신 요리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반찬으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다. 아침을 든든하게먹여서 학교에 보냈다. 학기 초나 방학 때 학교급식이 제공되지 않을 때는 점심 도시락을 싸 주었다. 엄마는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올 테니까 그 사이 너는 엄마가 옆에서 못 챙겨주더라도 기죽지 말고 밥 잘 먹고 씩씩하게 학교와 학원에 다녀오라고.
어쩌면 그때부터 수험생 뒷바라지가 시작된 것 같다. 세월이 어찌나 빨리 흘러가는지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 키도 덩치도 나보다 크다. 내 눈엔 그래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새벽에 일어나면 아이 방으로 가 본다. 혹시나 불을 켜 둔 채 잠든 건 아닌지, 이불은 잘 덮고 자는지. 곤히 잠들어 있는 얼굴을 괜스레 쓰다듬어 본다. 아이고 내 새끼. 요 녀석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침에 일어나면 물부터 끓인다. 보리차, 옥수수차뿐만 아니라 돼지감자차와 작두콩차도 즐겨 마신다. 팔팔 끓인 다음 식혀서 텀블러에 2병을 담아 아직도 자고 있는 아이 방으로 가서 책가방 양쪽으로 한 병씩 착착 꽂아 넣는다. 과일은 식전에 먹는 게 좋다고 하여, 제철과일을 먹기 좋게 자르고 삶은 달걀은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잘라 접시에 담는다. 사과처럼 쉽게 갈변하는 과일의 경우 랩으로 싸 놓는다.
아이가 한창 성장기라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신경을 쓰는 편이다. 굴솥밥, 전복버터구이, 닭갈비, 오징어숙회, 안심스테이크, 연어스테이크, 삼겹살, 오리고기, 불고기피자, 샌드위치 등 다양한 메뉴로 식단을 구성한다. 보기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고 알록달록 식재료를 손질해서 지지고 볶아 소담하면서도 깔끔하게 식탁을 차려낸다. 가급적 신선한 식재료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다. 갓 만든 요리를 예쁜 접시에 담아 새하얀 식탁 위에 탁하고 올려놓을 때면 기분이 참 좋다. 어쩌면 아이 덕분에 요리를 하게 되고 덩달아 내 건강도 챙기게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내일은 왕자님 맛있는 거 뭐 해주지 하며 음식 관련 블로그를 검색해 본다.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나 레시피를 발견하기도 한다.
아이는 수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머지않아 내 품을 떠날 것이다. 아이에게 여태껏 공부하라는 소리는 별로 안 했다. 대신 ‘컨디션 조절 잘해.’ ‘뭐 먹고 싶어?’라고 했다. 가끔 식탁에서 아이에게 얘기한다. “서울 가면 엄마 밥이 그리울 때가 있을 거야.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엄마가 식탁에 다 차려 놓을 때가 얼마나 편했는지 알게 될 거야.”
솔직히 너무 피곤한 날 아침은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밥 해야지 하며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얼른 대학가라 나도 아침에 여유 좀 부리게 싶다 가도, 할 수 있을 때 하자며 마음을 다잡는다. 힘들지만 보람 있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또 힘이 난다.
이 참에 나도 아이를 따라 수도권으로 이사를 해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