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거리 소도시

몬트리올도 모르는 데, 이거 맞아?

by Traveler J


바로 다음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담당자가 이력서를 확인했는지 곧장 업무 시작 시점과 페이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직 한국에 있을 때 인터뷰를 하자하려나? 줌으로 인터뷰를 하려나? 했는데 웬걸.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아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시급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나는 당시 프리랜서로 일하던 한국에서의 시급보다 조금 더 높게 불렀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3시간 거리를 통근한다면 교통비, 하지만 사실상 통근은 못 할 테니 그 지역에서 거주해야 할 것을 감안해서 어느 정도 페이를 높게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거다.


일단 시급만 듣고는 상대 쪽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느꼈나 보다.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페이는 처음대로도 괜찮으나, 교통비 지원이나 숙소가 있는지 물어봤다.

그대로 끝나버릴 것 같던 대화가 재개되었다. 해당 부분에 관해서는 인사팀과 이야기를 나눈 후 알려주겠다고.


다시 온 연락에는 통근 시간까지 시급에 포함시켜 준다는 내용이 있었고 의사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해 보고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잠시 전세가 역전된 것 같은 순간이었다.






캐나다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계산을 때려봤다.


통근 시간을 포함한 총 근무 시간에 대한 예상 급여와 그 지역의 스튜디오 월세. 또 몬트리올에서 통근한다면 월세와 교통비, 교통 시간 등을 좀 더 자세하게 뽑아봤다.


어떻게 따져보던 사실 급여는 충분했다.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 시급을 풀타임으로 받는다고 하면 상당한 연봉이 되는 셈이었다.


단지 그 일의 명확한 특징들을 내가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꽤나 마음을 먹어야 했다.


한 겨울에 그 지역으로 가게 될 테니 춥고 황량하고, 주변엔 올라가는 공장밖에 없는 곳이더라도 놀라지 말 것.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써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다.


나에게도, 그 회사에게도 그 일이 갖는 중대성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뒤돌아 나올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 계산만 해본 건 아니었다. 이 경력이 내게 가질 의미를 숙고해봐야 했다.


공고가 올라왔을 때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찾아봤다. 아주 대규모의 프로젝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퇴사하고 잠시 통대를 준비하던 2021년에 이미 세계 전기차 산업 및 동향에 대한 뉴스 기사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왔다. 지금은 몇 가지 용어만 남았다고 봐야 하겠으나, 그때의 나에겐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어서 이 주제에 대한 통역이나 라이팅 과제를 좋아했다.


아무튼, 기후위기를 비롯해 전 세계온실가스 감축 목표라던가, 이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이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전기차 전환을 위한 계획 및 목표 등에 대한 것들을 접해본 바 있어 조금은 알고 있었다.


전기차 생산을 위한 여러 종류의 공장들이 중국과 북미, 유럽에서 이미 지어졌거나 한창 지어지고 있었다.


이 공장은 앞서 말한 철강 대기업과 미국 대기업의 합작으로 지어지는 배터리 양극재 공장이었는데, 단기의 이력 한 줄이 꽤 경쟁력 있는 경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이 경험이 또 나를 어디로 어떻게 이어줄지 모른다는 기대가 함께 있었다.






몬트리올로 가겠다는 결심에 이어, 곧바로 한 번 더 결심.

'그래, 죽기야 하겠어. 가자.'


담당자와의 마지막 연락은 오전. 이제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너무 늦었나. 내일 오전에 답을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찰나,


휴대폰 화면에 알림이 떴다. 담당자였다.






"다른 분이 합격하셨습니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