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떠난 워킹홀리데이
내가 어쩌다 여기에 있는 걸까.
익숙한 주변의 많은 것들이 문득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지금 내 주변은 이제 막 익숙해진 참이니 낯설게 느껴지는 게 이상할 것도 아닌 듯하다.
아무튼.
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 와있다. 한국에서 캐나다를 떠올릴 때면, 밴쿠버나 토론토가 가장 익숙한 도시들일테고, 몇 년 전 퀘벡이 도깨비에 나오면서 퀘벡으로의 관광객도 꽤 늘어난 것으로 안다.
그래도 국가명 없이 몬트리올만 듣고 바로 어딘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참 익숙지 않을, 나 역시 감조차 없던 몬트리올에 오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마음 한편에 해외살이를 꿈꿨고, 대부분 국가의 나이 제한인 만 서른이 지나기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했다. 어디든 가겠다는 마음으로 영국, 아일랜드, 체코, 일본, 캐나다에 신청서를 제출했고, 대부분 추첨제나 지원자 미달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얻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만 25세 이상 여성은 (군대로 인한 암묵적인 유예기간을 인정받지 못해서) 더욱 붙기가 어렵다는 일본 워홀까지 합격을 했다. 무려 이틀 동안 각 2장씩의 이유서와 계획서를 일본어로 제출하고 얻어낸 결과였다. 그 이틀 간은 집중해서 일본에 사는 나를 상상하며 구글맵을 켜서 어디 가서 무얼 할지 적어내느라 일본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런던의 카페에 앉아 책 읽는 모습을 가장 많이 상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여전히 리스트에 있다), 어쩌다 보니 나는 캐나다로 목적지를 정했다.
그래서, 캐나다 어디?
처음엔 밴쿠버를 생각했지만 캐나다에 대해 서칭을 할수록 천정부지로 오른 렌트값을 아마 최저임금으로 시작할 워홀러인 내가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약 14평 정도의 투룸 월세가 300만 원쯤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반 포기, 1-2명의 룸메이트가 있는 룸셰어 역시 다운타운에서는 최소 100만 원 이상 필요하단 것을 알고는 타 도시로 눈을 돌렸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생활은 계획에 없었고, 독립된 공간에서 멋지게 살아가는 나를 상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리수를 둔대도 300은... '오바'였다.
밴쿠버를 제외하고 나니, 캐나다 동부에는 살아본 토론토가 있고, 오타와가 있고 몬트리올이 있었다.
토론토는 살아보았으니 덜 궁금했고, 오타와는 궁금했지만, 도시의 규모가 조금 더 크고 여행으로도 가본 적 없는 몬트리올이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마침 불어권이라는 것 또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두 언어를 쓰는 도시에서 불어까지 섭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몬트리올 워홀은커녕 몬트리올 자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서, 여러 날을 밴쿠버와 몬트리올 사이에서 고민하다...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 되겠으니 일단 한 곳으로 정해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몬트리올에서의 일자리, 숙소 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