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선샤인 홍진아 대표 인터뷰
Hey Listen은 성수동 체인지메이커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헤이그라운드팀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Hey Listen 인터뷰는 팟캐스트와 그를 요약한 텍스트로 발행됩니다. 생생한 목소리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글 아래의 링크를 누르시면 풀버전 청취가 가능합니다.
씨네21에서 방송인 송은이님을 인터뷰한 글, <송은이 인터뷰 - 작당모의의 명인>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어지는 무대가 없어서 그냥 쉬면 기량이 줄어들 것 같아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한 운동장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팟캐스트 <비밀보장>을 만들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팟캐스트가 <전지적 참견 시점>, <밥블레스유> 등 인기 프로그램들의 씨앗이 됐습니다.
인터뷰에서 송은이님은 <무한걸스>에서 <비밀보장>까지 이어져 온 팬들에 대해 ‘찰흙덩어리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는 표현을 씁니다. 눈덩이보다는 더욱 단단하다고 하면서요. 팬들이 사연으로 보내주는 고민도 점점 깊어지고, <비밀보장>을 향한 메시지도 심상치 않다고 해요. 그러면서 ‘팬들과의 진짜 소통'을 실감하며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일의 의미가 확장되는 경험도 했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그 찰흙같은 끈끈함이, 요즘 TV에서 활약하는 여성 방송인들이 그나마 지금 정도로 많아지는데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번 주 헤이리슨에서는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빌라선샤인 대표 홍진아님을 만났습니다. ‘성수동의 송은이'가 되고 싶다는 진아님의 이야기, 많이 듣고 읽어주세요!
일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홍진아님
빌라선샤인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로 지으셨나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라도 좀 밝은 분위기의 이름으로 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문제 해결이 꼭 아주 진지하거나 무언가 짊어지는 느낌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런 것들이 사람들을 사회 문제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서 ‘선샤인'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고, 커뮤니티 서비스니까 여기에 공간의 느낌을 더하고 싶어 ‘빌라’를 붙였어요. 그 장소가 어디든 간판에 불이 켜지면, 그 곳이 빌라선샤인이다 라는 의미로요.
빌라선샤인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커뮤니티 서비스예요. 멤버십에 가입하면 멤버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콘텐츠가 제공됩니다. 이를 통해 저희가 뉴먼(New + Woman)이라고 부르는 저희 멤버들이 서로 일터 밖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요. 밀레니얼 여성들이 어떻게 일터 밖 동료로 함께 지속가능하게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일터 밖 동료’라는 개념이 좀 생소한데요. 중요하게 보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일하면서 느꼈던 점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요. 원래는 일로 만난 동료와는 아주 가까워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었어요. 그러다 인스파이어드라는 이벤트에서 만난 사람들과 일터 밖 동료가 되었는데, 도움을 정말 많이 주고 받았어요. 무엇보다 일 얘기가 정말 잘 통했어요. 제가 일하는 영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으니까요. 친구와는 또 다른 존재들인거죠. 그런데 계속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동료를 찾기가 어려워요. 좀 더 많은 여성들이 일터 밖 동료들과 연결되면서 변해가는 세상에 잘 적응하면 좋겠어요.
오랜 친구들과도 일 얘기하긴 어렵죠. 설명하자면 길고, 길게 하면 그만 하라고 하고. (웃음) 그럼 뉴먼들을 서로 일터 밖 동료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인가요?
(목소리로 듣기) 가장 기본적으로는 각자가 이 커뮤니티에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하는 거예요.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커뮤니티'이고, 일터 밖 동료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모입니다. 그런 뉴먼들과 함께 일터에서의 고민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문제 등을 가지고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토요일엔 ‘모닝 뉴먼스 클럽'을 진행하는데요. 이번 마지막 토요일엔 <출근길의 주문>을 쓴 이다혜 작가님이 오셔서 ‘여성은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면 안 될까?’라는 주제로 간단히 세션을 진행하고 각자 조별로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거죠. ‘뉴먼 소셜클럽'에서는 일터 밖 동료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도 하고요.
일터에서 여성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합적일 것 같은데요. 커뮤니티나 일터 밖 동료 개념에 집중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목소리로 듣기) 우리가 다 비슷한 연차인데 40대가 지나서도 원하는 모습으로 일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자리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저의 일터 밖 동료들과 함께 했어요. 처음엔 그냥 저 혼자의 문제로 봤어요. 내가 더 많은 걸 연마했어야 했는데, 커리어를 잘 선택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동료들과 얘기하니 이건 개인이 발버둥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의 승진 루트나 기회 등의 정보를 내려주는 네트워크도 없고, 리더로서의 트레이닝 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심지어 그런 것들이 부재하다는 걸 알기도 어려워요. 모르거나 나만의 문제로 안고 가는 여성들이 많다고 봤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잘 해 나가려면 결국 커뮤니티겠다 라고 생각했죠.
공통의 ‘취향'을 넘어서 하나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목소리로 듣기)모든 멤버들이 슬랙(메신저 서비스)에 들어와 있어요. 이번 시즌 대화량만 2만개를 훌쩍 넘어요. 대부분 그냥 안부인사가 아니라 의미 단위에요. 산부인과 추천, 온라인 마케팅 툴 관련 질문과 답변 등이요. 어떤 분이 면접을 앞뒀다고 하니 헤드헌터로 일하시는 분이 너무 도움이 되는 자세한 팁들을 올려주시기도 했고요. 그 분들이 그렇게 정보를 내줄 수 있게 하는 것이 뭘까 저희 팀도 고민해 봤어요. 내가 주는만큼 받는 것이 있는 커뮤니티라는 기본 신뢰도 물론 있지만, 저는 이들이 모두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는 훌륭한 시민들이라고 생각해요. 흔쾌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언젠가 더 나아진 세상에서 내가 살 수 있는 하나의 참여로 느끼는 시민들이요.
곧 빌라선샤인 시즌4를 모집하신다고요.
3월 24일부터 빌라선샤인 홈페이지에서 모집합니다. 홈페이지 하단에 뉴스레터 신청란이 있어요. 신청하시면 정보를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웃음)
20대 때부터 쭉 본업이 있는 와중에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셨습니다. 미래에 대한 치열한 준비였나요?
(목소리로 듣기) 재미를 좇다 보니 계속 한거였어요. 30대 초반까지의 제 인생 모토가 ‘재밌는 건 다 해요' 였어요. 카톡 프로필에도 적어놨었고요. 일하는 시간이 아닌 내 시간에는 재미있는 일을 해 보자 하는 생각이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대부분 엄청난 일이 아니라서 가능했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작은 목표로 시작한거죠. 우리가 갖고 싶은 에코백을 100개만 팔아보자 하고 친구와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가 3년이 지나니까 모두 합쳐서 3천개가 넘는 제품을 팔게 되기도 하고요. 금방 시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달성하고, 또 다른 일을 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이 과정 하나를 원을 그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그릴 수 있는 원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똑같은 일을 또 하면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잖아요.
그 원이 계속 커져서 지금의 빌라선샤인이 된 건가요?
그러다가 ‘외롭지 않은 기획자 학교'라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동료 기획자 4명이 12명의 여성들을 만나게 한다는 목표만 갖고 시작했죠. 그러다 아모레퍼시픽의 후원을 받게 되고, 그 다음은 위워크의 공간 후원 까지 받게 되면서 조금씩 규모가 커지고 그게 결국 지금의 빌라선샤인이 됐어요. 작게 무언가를 시작해서 조금씩 키워온 것 같아요.
기획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계신데요. 대표가 되어 일을 하면서 정체성이 부딪히지는 않나요?
(목소리로 듣기) 창업 초기에 저를 불안하게 만든 것 중 하나에요. 주변의 기획자들은 계속해서 기획을 하면서 기획 근육을 키워가는데, 나는 혹시 이 근육을 안 써서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고요. 지금은 제 커리어를 넓혀가는 길 위에서의 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기획이라는, 원을 그려보고 키우는 일을 해 봤다면 이제는 세모를 한 번 그려봐야 할 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고요. 처음 그리는 거니까 당연히 지금은 잘 못 그리지만, 이 역시 잘 그리게 되고 키워 나가는 과정이 있겠죠.
빌라선샤인을 함께 운영하는 팀을 팀선샤인이라고 부르시죠?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목소리로 듣기) 시작은 황효진 콘텐츠 디렉터와 이주하 커뮤니티 매니저, 그리고 저까지 셋이서 했어요. 황효진 디렉터는 한 행사에 제가 모더레이터로 초대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같이 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에 효진님 제안으로 ‘래프 라우더'라는 여성 스탠드업 코미디쇼 공연을 기획한 적도 있고요. 그러다 임팩트 투자사인 sopoong에 지원서를 내면서 팀에 합류해 달라고 연락 드렸죠. 이주하 매니저는 ‘외롭지 않은 기획자 학교' 1기 수강생이었어요. 그러다 함께 2기와 3기를 운영하고 자연스럽게 팀에 합류했죠. 결국 팀도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에서 만들게 됐네요. (웃음)
팀 선샤인이 궁극적으로 어떤 팀이 되길 바라시나요?
팀 구성원들이 각자 영향력을 가지면 좋겠어요. 빌라선샤인에서의 일 경험이 각자의 전문성을 만들어 나가고 존재감을 확실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저희 팀이 커뮤니티, 밀레니얼 여성 등의 키워드를 다루는 전문가로 큰 무대에 서는 것이 목표라는 얘기를 자주 해요. 커뮤니티 서비스의 경우, 콘텐츠 기획이든 커뮤니티 설계든 각자의 전문성이 그대로 서비스에 반영되어 멤버들을 바로 만나는데, 대표만 부각되는 것이 좀 아쉬웠거든요. 저희보다 윗세대 분들 중에는 제 이런 생각을 이해 못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러다 팀원들이 유명해져서 나가면 회사가 위험하지 않느냐고. 그래서 대표가 유명해야 한다고. 그럼 전 거꾸로 묻게 되는 거죠. 들락날락 하는 팀원은 팀원이 아닌가? 그 팀원이 회사에 있는 동안의 기여가 무엇인지 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나갈 위험 때문에 회사 안의 누군가로만 남겨두는 건 크게 봤을 때 손실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존재감을 잘 알고,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팀 안에 있는 것이 저는 좋다고 봐요. 그리고 그 판을 잘 만들어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Interview 헤이리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