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배신보다, 그 사람을 믿었던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당신에게
How could you not know?
적당히 못되먹게 살아왔는데도, 분에 넘치게 나는 아직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다.
가끔 각막을 짜내는 것과 같은 꼿꼿한 답답함이 시신경에 몰려올 때 마다 나는 비상하기 위해 바닥을 치고 있는 것 뿐이라며 나 자신을 달래곤 하는데,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그것은 마냥 끝이없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할 뿐이다. 더 이상의 반등도 혹은 더 한 추락도 없을 것 같은 '무중력 낙하'를 하는 기분일까.
게다가 나에게서 그 소중함을 앗아간 사람이 그 누구보다 내가 의지하고 사랑하던 사람이라면 나는 상대를 증오하게되겠지만 무엇보다 그 사람을 믿었던 자신을 혐오하게 되지 않을까. 어떻게 몰랐을까, 당신은 그걸 어떻게 몰랐을 수가 있죠? 라며 치켜세웠던 손가락질이 나 자신에게 돌아와서야 인간은 철저한 고독을 마주하리.
1999년 미국에서 발생한 콜럼바인 총기살인 사건의 가해자 2명 중 한명인 딜런의 엄마인 수 클리볼드는 2016년,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녀는 한겨례와의 서면 인터뷰 중 이렇게 말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의 믿음을 깨뜨리기 전에는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알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가 없지요. 그 비극 이전에는 저도 좋은 엄마라면 아이가 많이 힘들 때 바로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게 제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위험한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상태가 나빠지는 징후가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겁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학교 총격 같은 테러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은 백만 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 희박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말없이 고통받고 있거나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은 훨씬 크지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62350.html#csidx64543a1db7b9e169a67cb86dba7d0b1
추악하고 원시적인 인간의 본능이 꼭 남을 물리적으로 직접 해하는 결과만을 가져오는 게 아님을 이 드라마는 보여준다.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그 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진실을 의도적으로 덮는 게 아니라 내 사람은 애초에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향을 까발리기 위해 이 드라마는 '경찰'이라는 제 3자, 가장 객관적이고 이상적인 사법기관이라는 역할을 취한다. 큰 틀에서 보면 반전스토리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보통의 반전/추리 드라마들 처럼 극적이지 않다. 몇몇은 스토리 전개가 느리다고 불평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야기는 전진이 없어보일 만큼 천천히 진행된다. 그 어떤 명확한 암시도 의심이 들만한 단서도 대놓고 뿌리지 않는다. 오히려 범죄의 구성은 많이 널널한 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것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대중의 비언어적/무의식적 폭력을 그려낸다.
너가 살인자가 아니라고 믿기위해 의심해야하며,
살인자와 가까워지기위해 주변사람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질 필요가 있으며,
살을 부비며 삶을 공유하는 사람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이 한 톨의 의심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