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한 김에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김치도 샀다. 빨래방에서 카페트를 찾았다.
자전거에 도저히 실을 수가 없어 낑낑거리며 오던 길에 엄지발톱을 벽에 찌었다.
악! 소리가 났다. 엄지발톱이 깨져 피가 났다. 겨우 집에 도착해서 대일밴드를 붙였다.
첫째 엄마, 다쳤어?
둘째 피다. 피는 무서워.
역시 아들은 공감지수가 낮은 걸까. 아픈 것도 서러운데 아프겠다고 말해주는 녀석이 한 명도 없다.
아이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기들의 일을 이어갔다. 신세가 한탄스러웠다.
엄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엄마 걷지도 못할 만큼 아프거든!
어쩜 아랑곳하지 않는구나.
둘째가 한숨을 푹 쉬더니 그림책을 덮는다. 펜으로 색종이에 끄적끄적 적는다.
자, 하고 종이를 내민다. 설레는 맘으로 편지를 받았다.
글자를 모르는 녀석이 알 수 없는 문자를 적어놨다.
엄마 뭐라고 써 있는 거야?
둘째 왜 엄마는 우리만 혼내고 때리는 거야? 우리는 하나도 엄마를 때린 적이 없는데. 왜 엄마는 말로 하지 왜 때리고 난리야?
엄마 (기가 차서 목소리가 떨린다) 요즘 안 때렸거든?
그리고 엄마가 무담시 때렸어?
첫째 아이고, 일을 만들었구만요.
첫째가 중얼거린다. 반성문 같은 편지를 쓰는지 알았는데.
아이는 다시 읽어보라고 종이를 내민다.
둘째 이번엔 좀 괜찮을 거야.
엄마 같은 종이잖아.
둘째 엄마, 정말 우리 생일 선물 없어? 정리 잘해도?
엄마 정리 잘하면 생각해볼게.
아이는 그 편지를 도로 가져가서 다시 읽는다.
둘째 이번엔 좀 괜찮아. 잘 들어봐.
엄마, 사랑이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이는 내 소중한 인형입니다.
엄마에게 무슨 편지를 보내야 되겠습니다.
엄마는 사랑이보다 포근포근한 따뜻한 엄마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는 누가 준 거 같은데? 생각해보니까.
엄마 그게 전부야?
둘째 다시 해줄게. 이불이랑 사랑이랑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불이는 형한테 주고 사랑이는 나한테 주고.
엄마가 지어낸 이름이 좋습니다.
엄마 엥? 엄마가 안 지었는데. 너희가 지었잖아.
첫째 편지에 글은 안 바뀌는데 왜 말이 바뀌냐?
둘째 왜? 이상해?
어느새 발가락 아픈 통증은 잊었다.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요술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