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마땅히 먹을 과일이 없다니. 과일이 없다는 건 에너지를 충전하지 못한다는 것과 비슷하다. 한참 사과, 수박, 토마토를 먹다가 시들해질 무렵 시장에서 자두가 보였다. 자두를 한 입 깨물 상상만 해도 아우, 셔 눈이 찌그러지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여자에게 자두가 그렇게 좋다는데.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스친다. 먹고 싶다는 마음보다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삼천 원에 자두 한 봉지를 샀다. 자두가 엄청 시고 맛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괜찮은 가격이다.
바가지에 물을 가득 담는다. 식초, 담금주를 뿌리고 자두를 쏟아놓는다. 깨끗이 씻어 말랑말랑 터지기 직전의 자두를 꺼내 요리조리 살핀다. 빨갛고 탱탱한 볼때기가 귀여워 한입 베어먹는데 이게 웬걸. 너무 맛있잖아! 엄청 달아! 새콤 찌르르한 껍질이 말캉하게 뚫리면서 속살의 달콤함이 입안을 채운다. 가격이 싸서 얕보았는데 횡재한 기분이다. 빨갛게 익은 순서대로 골라 남편과 아들에게 접시에 담아준다.
난 커다란 자두 한 알을 입안에 넣었다. 씨앗에 붙은 과실을 입안에 굴리다 대뜸 말했다. 나 자두 사탕 먹는다! 그러자 방에 있던 아들과 남편이 거실에 나와 한마디씩 한다.
아들 자두 사탕? 그런 게 있어? 나도 먹고 싶어.
나 자두 사탕을 모르다니. 청포도 사탕보다 열 배는 맛있어.
남편 자두 맛 사탕 어디서 났어? 나 그거 되게 좋아해.
어떻게 방금 자두를 먹으면서 진짜 자두 사탕이라고 믿는 건지 어이가 없지만 웃음을 꾹 참는다. 입안에서 씨를 돌리다가 혀로 날름 자두 씨앗을 보여준다. 두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순수한 영혼들을 속인다고 투덜거린다. 그게 뭐야, 통탄해하는 아들과 추억의 맛이 그립다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서 난 참았던 웃음을 터트린다. 어쩜 이렇게 쉽게 속는 건지 소파에 드러누워 한참 웃는다. 자두 사탕 같은 자두 씨앗에 흡족해하면서. 그러다 흔하디흔했던 자두 맛 사탕이 희귀해져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는 아들과 그 맛을 그리워하는 남편에게 시간의 간극을 느낀다. 깜빡 잊고 지냈지만 잊을 수 없는 자두 맛 사탕이 떠오른다. 오랜만에 나른한 오후, 자두의 향긋함으로 에너지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