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쫓지 마세요

처음으로 고양이 털을 밀다

by 해호

‘이러다 애 잡겠는데….’

베리는 끈질기게 쫓아오는 나를 보며 결국 개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닫힌 베란다에는 여름의 후덥지근한 습기가 가득했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베리를 쫓아다니느라 온몸이 땀에 젖었다. 베리의 가슴팍과 배에는 털이 단단히 엉켜 있었고,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큰일이 나겠다는 예감이 들어 클리퍼를 들고 나선 것이다.


“우리 고양이 셀프 미용 했어요! 털 잘 밀리고 소음도 크지 않아서 대만족입니다!”


그런 리뷰에 혹해 산 클리퍼였다. 하얀색에 크기도 손에 알맞았고, 부드럽게 마감된 몸체는 촉감이 좋았다. 길이 조절 기능과 몇 가지 클립콤까지 달린, 나름 믿음직스러운 도구였다.


클리퍼를 켜자마자 베리는 눈을 크게 뜨더니 그대로 달아났다. 평소 같으면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을 보였을 텐데, 이번에는 낌새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나는 베리를 베란다로 안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조심스레 클리퍼를 가까이 대자, 베리는 흐물 하면서도 강하게 품에서 벗어났다. 숨을 곳도, 도망갈 곳도 없는 상황이라 억지로 안거나 붙잡기보다는 조금 움직이게 두며 차츰 적응시키자고 마음먹었다. 단단히 엉킨 털은 가위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딱딱해 주변부터 깎아내기 시작했다. 한 번 깎으면, 한 번 도망가는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었다.


베리의 털은 얇고 연약했지만, 클리퍼는 전기톱처럼 크고 튼튼해 보였다. 클리퍼의 진동은 내 심장을 더욱 빠르게 뛰게 했다. 그 여린 털이 내 손에 의해 잘려 나가는 감각은 참 묘했다. ‘군대 있을 때 이발병이라도 해볼걸.’ 처음 털을 깎는 경험이 이렇게 두려울 줄은 몰랐다.


나는 베리에게 상처를 낼까 두려웠고, 베리는 처음 겪는 상황에 위협을 느끼며 두려워했다. 도망갈 수 있게 내버려 두었다가, 다시 천천히 다가갔다가, 이게 그렇게 무서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 두꺼운 털코트를 입은 채 도망 다니던 베리는 스트레스를 분 단위로 쌓아가다 결국 개구호흡을 터뜨렸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단단한 털뭉치를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로 눌러두었던 죄책감이 왈칵 터져 나왔다.


고양이 미용사로 지내다 보면 후회할 때가 있다. 오늘 만난 친구에게 미용 과정이 너무 무섭지는 않았을까. 조금 덜 꼼꼼히 하고 얼른 놓아주었어야 했을까. 애초에 그 아이에게 미용이 꼭 필요했던 건 아니지 않았을까. 늘 그런 고민을 한다. 처음으로 헐떡이는 베리를 보았던 순간의 감정이 되살아날 때도 있고. 보호자님이 혹시 비슷한 불안을 느끼지는 않을까, 그 생각이 언제나 나를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처음으로 직접 베리를 온전히 미용해 냈던 날도 기억한다. 미용을 마친 베리가 내게 몸을 비비며 그르릉거릴 때의 행복감.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일 테다. 고양이가 가진 본능적인 두려움, 낯선 공간에서의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을 어떻게 가볍게 만들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미용이란 결국 털이 아니라 불안을 깎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고양이가 조금 더 편안하게,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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