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다가가기

prologue.

by 해호


고양이에게 물리지 않는 법은 단순하다.

고양이를 화나게 하지 않는 것.

다가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 미용사다.

가위를 들고 다가서야만 하는 운명이고,

그 순간 긴장을 놓치기라도 하면 물리거나 할퀴기 마련이다.


고양이의 털을 깎는 일은

그 작은 몸 안에 가득 차 있는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하고

그 감정을 조금 덜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낯선 기계의 소리, 예기치 못한 손길,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드러낸다.

그 두려움 앞에서 나는 늘 멈칫한다.

조금 더 천천히 다가가야 할까, 아니면 이 정도는 괜찮을까, 매번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렇게 고양이와 나 사이에는 늘 긴장이 흐르고

동시에 신뢰를 쌓아가려는 노력이 교차한다.


나는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한다.

고양이가 겁을 내듯, 나도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나의 손끝에서 고양이가 안도하기를 바라듯,

나 역시 삶 속에서 작은 평온을 갈망한다.

고양이가 내게 몸을 비비며 그르렁거릴 때 느끼는 따뜻함은,

결국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이자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이 책은 고양이 미용사의 기록이다.

동시에 한 남자가 두려움과 위로, 죄책감과 행복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배워가는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간중간, 셀프 미용을 시도하는 이들에게 유용할 작은 팁들도 풀어놓을 생각이다.


고양이가 조금 더 편안해지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가벼워지기를.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그 소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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