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텅 빈 방안에 난…
많은 사람이 혼자 다닐 때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느낌 있고 풍만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맞다. 정답이다. 그리고 오답이다. 혼자의 시간일 때 사람들의 발걸음에 맞추기 위해 마음에 담지 못한 것들을 스쳐 지나가지 않을 수 있고, 풍부해진 감수성을 안고 몇 시간을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길을 걷다 되돌아가고, 그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도 혼자일 때 해볼 수 있을 일이다. 하지만, 혼자라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의 한구석에서는 사람들이 말하는 혼자로서의 좋은 점은 아니었다.
혼자의 좋은 점은 많이 나와 있다. 많은 사람이 혼자의 시간을 통해 변화를 겪었고 그 이야기들이 세상으로 많이 나왔다. 하지만 혼자로서의 단점은 많이 생각해보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찾기는 조금 힘들다. 그렇기에 나도 혼자의 어두운 면에 섰을 때 많이 당황했었다. 그렇지만 어두운 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스탄불에서 머물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혼자의 시간을 보내보았고, 그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인간은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혼자일 때 순식간에 마음의 틈으로 파고 들어오는 감정 한 줄기를 잡아내지 못하면 꽤 힘들어진다. 그 한 줄기는 너무나도 가늘어 잡아내는 것조차도 힘들다. 하지만 꼭 잡아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것 또한 혼자의 한 모습이니까. 혼자일 때만 얻을 수 있고 느껴볼 수 있는 감정. 그것은 양날의 검이다. 매우 날카로워 무엇이든지 쉽게 자를 수 있지만, 자신도 스치기만 해도 아픈 상처가 남는다. 좋은 감정이지만, 조심히 다뤄줘야 한다.
아래의 글은 이스탄불에 머물면서 썼던 일기다. 첫 번째 일기는 언제 썼는지 정확히 기억이 난다. 내가 혼자가 되었을 때, 새벽 4시 30분 즈음, 잠이 덜 깨 몽롱한 정신에 썼던 일기다. 나머지는 시간 날 때 틈틈이 썼겠지.
2016 / 1 / 23
혼자가 되었다. 새벽에 @@형을 공항으로 보내고 문을 잠갔다. 난로를 틀지 않아도 따뜻하던 공간이 차가워졌다. 가득 차 있던 방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남아있다. 사람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혼자다. 마음이 아프다. 쓸쓸하다. 외롭다. 춥다. 어둡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먹먹하다. 마음 한 칸이 텅텅 빈 것 같다. 그리고 보고 싶다. 이쯤이면 티격태격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맹한 샤워기 소리만 들려온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시작인데 뭔 말이 길게 필요할까. 그냥 다시 시작하는 거다. 천천히, 그러나 제대로.
2016 / 1 / 27 일기 중
중2병인지, 밤수성인지, 머나먼 땅에서의 향수병인지, 터키의 고질병인지. 이 휘몰아치는 감정도 결국 지나가리라. 지나가겠지만, 지금 이 한순간에는 내 마음이 이렇고 힘들 때가 있었다는 거. 이건 참 중요한 기록이다. 내일 하루는 모든 일정을 잠시 미뤄두고 조용한 곳에 오랜 시간 조용히 앉아 있을 만한 곳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이기 때문에.
2016 / 1 / 31 일기 중
내가 적어내지 못한다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신기하고 놀라운 감정과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아닐까. 그걸 억지로 글자로 적어낸다면 좋든 나쁘든 그 모든 감정이 변질되진 않을까.
#1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