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각종 여행 SNS나 카페를 보고 있으면 해외에서 조심해야 할 것에 관한 이야기들을 볼 수 있다. 소매치기, 팔찌 강매, 가짜 경찰, 택시 사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1순위는 한국인이다.
만남을 약속해놓고 연락도 없이 약속을 깨기도 하고, 현금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외국인이라면 기분 조금 나쁘고, "이 도시는 역시 그렇구먼." 하고 마음을 달랠 수나 있지만 같은 한국인에게 당하면 "역시 한국인이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판 남에게 당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반가웠고 잠시라도 알게 된 사람에게 당하는 것이 더 속상하고 억울한 것은 누구라도 같을 것이다. 더욱이 그곳이 몇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낯선 타지 땅이라면.
타지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면 누구라도 반갑다. 해외에 입국하고 나자마자 먹고 싶은 게 무엇인가. 밥에 김치, 찌개를 먹고 싶은 것이 한국인이다. 벽에 적힌 "안녕하세요"나 "사랑해요."만 봐도 반갑고, 가게에 한국어라도 적혀있으면 왠지 그 가게에는 정이 있을 것 같다. 그때 한국어를 쓰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보다 반가울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모른척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틀을 깬다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히포드롬 광장에서 한국인으로 보이는 누나가 영어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하나 둘 셋"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작게 "원 투 쓰리"로 사진을 찍어준 뒤 카메라를 건네며 "저도 한국인이에요." 한마디를 했다. 너무 어려서 외국인인 줄 알았다는 누나의 말에 서로 웃음이 나왔다. 터키에 4개월 정도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가 돌아가기 전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고고학 박물관을 다니며 함무라비 법전을 같이 찾기도 했다. 몇 시간 정도를 같이 다니다, 내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고 나서야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헤어졌다. 만약 내가 사진만 찍고 카메라만 돌려줬다면, 전혀 다른 하루가 날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며칠 뒤, 탁심에서 케밥을 받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니 익숙한 대화가 들렸다. 하루 일정을 정하는 대화가 한국어로 들렸다. 터키어를 한국어로 동시통역하는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물어니 흔쾌히 같이 먹자고 하셨다. 유럽을 한 바퀴 돌고 터키를 마지막으로 여행하고 있는 대학생 2명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탁심을 몇 번 돌아다녔다. 덕분에 보석 전문점, 악기 전문점에도 가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석양과 야경을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 같은 뚜벅이라 걷기에도 마음이 편한 형들이었다. 갈라타 다리 위에서 쉬러 가는 태양을 바라보았고, 야경까지 함께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고 지나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인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한국인을 무조건 거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꽤 안정을 준다. 또한, 잊지 못할 추억들도 덤으로 얻어 갈 수 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도, 생각할 수도 없던 일들이 "안녕하세요."한마디로 생길 수 있다. 새로운 이야기가 써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반가운 한국인이 되면 좋겠다.
#1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