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 공항, 일본
참으로 오랫만에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본다. 어릴 때 아빠는 늘 공항이나 MBC 건물을 지날 때면 '들어가서 한 번 볼래?'라고 물었다. 그렇다해서 아빠가 비행기를 태워준다거나 방송국 내부 시설을 보여줄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우리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밖에서 건물 옥상에 달린 방송국 안테나와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만 바라보다가 돌아왔다.
우리가 조금씩 커가면서 방송국 안테나와 비행기 이착륙은 이내 곧 시시해졌다. 더 이상 아빠도, 우리도 그 앞을 지나면서 '들어가보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동생과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당연히 어릴 때 기억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이제 우리도 다 컸다고 간섭하지 말라며 부모님을 서운케 하며 나와 동생이 택한 전공은 신문방송과 항공조종이었다.
오늘 활주로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수 많은 선택들은
내 의지가 아닌 내 안의 내재되어있는
수 많은 경험의 산물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