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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Aug 29. 2023

module 6: 대화 가로막는 환상 1

나쁜 사람 환상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리는 왜 대화로 풀지 못하고 상대와 힘겨루기를 하는 걸까.

 



 그날은 카톡방에서 모임장소를 정하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 방문해 맛있게 먹었던 삼계탕 집이 떠올라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그때 친구 하나가 불쑥 태클을 거는 게 아닌가.


 "거기 별로야. 그리고 너무 멀어"


 뜻밖의 반응에 나는 놀랐고 불쾌했다. 그리고 이어서 ’아니 좋은 곳이 있으면 소개하면 되지 왜 남의 제안에 부정적인 이야기부터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홧김에 나도 그의 제안을 비토(veto)했다.


 "날도 더운데 무슨 만두전골이야"


 찬바람이 났고, 불편함이 몰려왔다. 왠지 그 친구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것 같아 화도 났다. 무엇보다 그때부터 그 친구가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늘 이기적이고 경솔해 문제라니까…‘

 갈등 상대가 원래 선천적으로 결함 있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현상, 이를 나쁜 사람 환상이라고 한다.


 갈등에 빠지게 될 때 우리는 그 원인을 비열함이나 조급함 같은 상대의 결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반면에 자신의 행동은 상대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것으로 여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은 문제의 원인에서 벗어나려 한다. 갈등이 고조될수록 그 생각과 태도는 견고해진다.


 이는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면 서로를 나쁜 사람으로 여겨 상대를 비난하고 바꾸려 든다. 그 결과 갈등은 고조되고 대화는 진척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자신이 잘 안다. 그렇게 원래 나쁜 사람이라면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상대가 문제의 원흉으로 보이기 시작하는가?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아량을 가지고 보자. 그러면 상대의 결함으로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무심결에 한 행동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종종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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