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종종 내 생각과 다른 생각에 부딪칠 때가 있다. 그럴 때 대개 우리는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여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놀라고 흥분해서 일을 그르치곤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반대에 부딪칠 때 더욱 그렇다. 순간 두려움에 빠져 상대를 공격하거나 상황을 회피해버리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는 훌륭한 문제 해결 수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견충돌이 빚어질 때마다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보다는 마비되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왜 그럴까. 그것은 내 바람을 가로막는 상대를 거대한 장애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도로 장애물 환상'이라고 한다. 나와 맞서는 상대를 비합리적이고 고집이 세며 이기적이어 결코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기보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포기해버리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 상대를 제압하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장애물로 여겨 공방을 벌이다 보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갈등에 빠지게 된다.
내 의견에 맞서는 상대가 정말 내가 우려하는 만큼 적대적일까. 또는 대화로는 좀처럼 풀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장애물이라도 피해 갈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순간적으로 상대가 어떻게 해서든 내 생각을 가로막을 장애물처럼 보일 수 있어도 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입장이든 주장이든 공통점이 있게 마련이고 누구에게나 원만하게 타협점을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를 가로막는 의견과 부딪칠 때 상대를 도무지 넘을 수 없는 장애물로 보기보다는 더 좋은 대안을 함께 찾아갈 협력자로 보자. 이미 뜨거운 공방전을 벌여 냉랭해졌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당신이 잘못되게 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 대화의 물꼬를 터 보자. 아마 상대도 그에 화답을 할 것이다. 그렇게 서로 일치하는 부분부터 찾아가다 보면 믿음이 생기게 되고, 그 믿음은 서로를 가로막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키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