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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Oct 09. 2023

module 1: 관계의 명약

인정

 운동의 기본은 러닝(running)이하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의 기본은? 

 인정(recognition)이다. 


 관계를 좋게 하는데에는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나는 주저 없이 인정을 최고로 꼽는다. 사랑이나 희생, 배려도 있지만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다. 나의 사랑이나 배려가 때로 상대에게는 집착이나 오지랖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정만은 다르다. 예외 없이 통한다.


 인정의 반대는 부정(denial)이다. 우리는 부정당할 때 분노한다.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상사로서, 고객으로서, 피해자로서. 갑자기 끼어든 차량이 깜빡이를 켜지 않고 달아나면 부화가 치민다. 뭐가 부서져서가 아니다. (감정적)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서다. 끼어든 운전자가 깜빡이를 세 번만 켜주면 화가 누그러진다. '당신. 나 때문에 놀라셨겠네요'라고 인정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관계에 있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방법이 인정이다. 인정은 마치 비타민과도 같다. 없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건강해질 수도 없다. 인정은 특히 어린 자녀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마치 행복 통장과도 같다. 자라며 받은 인정은 통장에 차곡차곡 나이 들면서 유용하게 쓰게 된다. 비 오는 월요일 아침 학교 가시 싫어 꼼지락 거릴 때 부모로부터 "월요일인 데다가 비까지 내리니 학교 가기 싫구나" 하고 감정을 인정받은 자녀가, "학교 안 가고 뭐 해!" 하고 부정당한 아이보다 자라서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인정 통장이 비게 되면 커서도 인정에 대한 갈망으로 주위 사람이 피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희대의 영웅 지자 바람둥이였던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가 수많은 염문을 뿌리고도 단 한 번의 봉변도 당하지 않은 것도 다 인정 덕분이다. 길거리에서 엑스 걸프렌드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다른 남자들은 고개를 돌리거나 골목길로 꺾어 달아나기 바빴지만 그는 언제 어디서 만나든 한결 같이 대했다고 한다. 한 때 나의 파트너였음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한 것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화근은 부정당했다고 느끼면서 시작된다. 인정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부부싸움에서 한 번 써먹어보라. 


"당신 지금 나 때문에 많이 화났구나" - 상대의 감정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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