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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

인간관계의 상대성 원리

by 장동혁

E=mc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다. 스위스 특허청의 젊은 사무관이 이 공식을 발견하기 전까지, 들판에 우뚝 선 바위는 그저 암석에 불과했다. 그러다 이 공식이 나온 후, 우리는 꿈쩍 않는 바위가 가공할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도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관계 속에는 강력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다. 그 힘이 누군가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멀리 밀어내기도 한다.

예식장서 찍은 단체 사진을 떠올려 보자. 사이가 불편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있거나, 나란히 서더라도 고개가 살짝 반대 방향을 향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친밀한 사이라면 가까이 붙어 있거나 몸의 방향도 자연스럽게 일치한다.


또래에 빠진 아이가 부모 앞에서 방문을 닫아버리는 것도, 연인의 호출에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달려가는 것도 결국 관계의 힘 때문이다. 에너지는 관계를 맺기 전 부터 쓰이기 시작해,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서로에게 관심이 많을 때는 문제가 없다. 밤새 통화하고도 피곤하지 않고, 밥값을 서로 내겠다고 밀치기도 한다. 운전 중 배터리가 충전되듯 함께 할 때 없던 힘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줄고 덜 의존하게 되면 변화가 생긴다. 에너지를 아끼려는 마음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관계의 상대성 법칙이 작용한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끌어당기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개된다.

회식 자리에서 누가 먼저 물을 따르고 수저를 세팅하는가? 대개 아랫사람이다. 군대에서 왜 병사가 상관보다 박수를 더 세게 쳐야 하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는 담임의 절대적 신임과 특유의 카리스마가 합쳐져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다. 그런 그에게 아이들은 앞 다투어 먹을 걸 바친다.


이렇듯 힘이 있는 사람은 원하는 걸 쉽게 얻고, 힘이 부족한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우리가 대화나 관계를 주도하려는 이유다. 하지만 그러다보면 관계는 균형을 읽고 결국 지쳐버린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건축물이 아무리 화려해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무너지듯, 관계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한쪽으로 기울어지다 결국 깨지게 된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균형 잡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갈등도 대개 거기서 시작된다. 나는 할 만큼 했는데도 상대는 해준 게 뭐냐고 묻는다. 돈이나 시간처럼 계산 가능한 건 낫다. 술 한 잔 얻어먹으면 다음에 사면된다. 문제는 애정이나 관심, 희생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먼저 누군가 일방적으로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치가 과하지 않은지도 돌아봐야 한다. 관계를 지속할 만큼의 에너지가 남아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다가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균형이 깨지고 한쪽이 더 많은 힘을 갖거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면서 피로감이 쌓인다. 이때 필요한 것은 관계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관계를 주도해 사람을 움직이는 영향력(Energy)의 원천은 무엇일까. 씁쓸하지만 돈(Money)을 넘어서는 건 없어 보인다. 물질이 에너지가 되고 에너지가 물질로 변하듯, 돈이 곧 힘이고 힘이 돈을 만드는 세상에 너나없이 성공하려 애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다음으로 매력(Charming)과 재능(Charisma)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주말 먹은 최고급 오마카세나 여름휴가로 다녀온 스페인 이비자 클럽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의 힘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덕성(Morality)과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할 줄 아는 매너(Manner)에서도 나온다.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관계의 힘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




관계 속에서 에너지는 끊임없이 흐른다. E=mc2가 물질과 에너지가 하나라는 사실을 밝혀냈듯, 건강한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쓰는 에너지는 결국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러니 지금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를 돌아보자. "내가 쓰고 있는 에너지는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맺고 유지하는 관계가 나에게 활력을 주는 가 아니면 지치게 만드는가?" "무엇보다 나는 이 관계 속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 관계,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야 말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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